박태순 대열보일러노조 위원장.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이름, 안산명예산업안전감독관협의회 의장. 노동자 안전보건 결정권 문제를 다루면서 그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오래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경력과 그이상의 노력 때문이다. 그를 더 쉽게 설명하자면,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중국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집단중독을 밝혀낸 사람이다.

“제도가 도입된 95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일을 해오고 있어요. 평소 사업장 활동으로 매일 아침 사업장 전 부서를 한 바퀴 돌면서 작업물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작업자들과 얘기를 나눕니다.”

외부활동도 왕성하다. 그는 안산명예산업안전감독관협의회 의장으로서 매년 상·하반기 토론회도 하고 협의회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현재 정부에서 발행하는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정보지도 그의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어떻게 노말헥산 집단중독 사건을 밝혀냈을까.

“95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된 뒤 산재상담을 거의 전문적으로 하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지난 2002년 5월 한 산재환자가 같이 있는 병원의 중국 이주노동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상담을 요청해와 조사를 시작했죠. 이 사건은 노동부 진정사건이었음에도 회사의 명예훼손 등 갖은 협박이 이어졌어요. 5개월의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노말헥산 중독사건을 세상에 밝히게 된 거죠.”

당시 그는 직접 중국까지 가서 출국했던 해당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와 산재승인을 받도록 하는 했고 이주노동자들은 3년간 치료 끝에 건강한 상태로 올해 출국했다.

올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태국여성노동자 노말헥산 집단중독 사건도 그런 노력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이들의 노력이 이어져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는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이주노동자가) 자기방어권을 박탈당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질에 있는 유해정보와 취급방법을 ‘알려주었더라면’ 작업자들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했을 것이란 얘기다.

“안전보건에 있어 노동자 결정권은 정말 부족합니다. 작업자 개별적으로 기계기구의 결함, 건강상 자각증세 등을 느껴도 그때그때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어요. 불만이 있는 사람으로 찍히니까요. 또 집단적으로도 작업환경측정, 건강진단, 안전·보건대행 등 현행법상 입회를 요청해도 형식에 그쳐 실제 입회요청도 잘 안하게 됩니다. 결국 재해가 빈발하는 300인 미만 사업장들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거의 유명무실하고 노사협의회로 대체한 노사협의회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죠.”

노동자 결정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그의 신랄한 비판이다. 그가 보는 현재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답답하다는 말부터 해야겠네요. 이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산재가 빈발하는 무노조, 중소기업이 함께 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라고 역설했지요. 하지만 지난 10년간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노동부)가 이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전혀 관심도 없고 정책도 없다는 점이지요. 항상 턱없이 부족한 감독관 수를 말하면서도 사업장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전혀 활용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부재, 사업주의 인식부재로 노·사 참여제도로 활용되지 못합니다.”

그가 바라는 노동자 결정권의 모습은 뭘까. “업무 중 불편하다고 느낀 점은 가감없이 모아내는 현장의 노력이 시스템화 돼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현장에서 깊은 관심과 요구가 있어야만’ 산업안전보건위, 노사협의회 등이 힘을 받아 사업주에 현장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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