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영역에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하면, 노동부와 기업은 이미 많은 참여 기제가 마련돼 있다고 답한다. 과연 그럴까? 노동자의 참여 기제는 법적인 차원과 실질적인 차원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노동자의 참여 기제가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돼 있느냐 하는 문제와, 법이 있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내에서 노동자의 참여 구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마련되어 있다.

① 산업안전보건정책심의위원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켜 주요 정책을 심의, 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
② 기업내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여 각종 사안에 대해 심의, 의결할 수 있다
③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④ 건강진단시 대표를 통하여 입회할 권리가 있다
⑤ 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신고할 권리가 있다
⑥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위촉할 권리가 있다.


언뜻 보면 참여의 권리가 잘 갖추어져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 조항의 문구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참여 가능성이다. 먼저 정책심의위원회에의 참여는 전체 15~30명의 심의위원 중 노동자 위원은 많아야 2명에 불과해 실질적인 참여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위 참여권, 작업중지권 등 다른 참여의 권리는 노사 간의 권력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외국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노동안전보건 노동자 대표(Health & Safety Representative)'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업장 노동자 20명 내지 30명당 1명꼴로 노동안전보건 대표를 선출해, 이들에게 전임 시간은 물론이고, 회사의 비용으로 교육, 연수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들에게는 정부의 산업안전감독관과 비슷한 감시, 감독의 권한이 주어질 뿐 아니라, 이들이 직접 기업에 행정적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원용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과 권한이 제공되고 있지 못하기에 이는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제도 자체의 마련이 아니라, 제도가 돌아가게 하는 실질적 구조의 마련인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부는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고 법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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