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세계화를 주도하는 프랑스의 지식인 이냐시오 라모네가 한국을 첫 방문했다.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쁠로마띠끄>의 사장 겸 주간인 라모네는 지난 수십년간 세계 시민의 대항권력을 주창하고 저항세력을 조직해온 프랑스 최고의 논객으로 손꼽힌다.

라모네 편집인과의 대담에서는 ‘반세계화 운동과 노동문제’, ‘진보매체에 대하여’,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 ‘미국의 문화패권주의와 문화다양성’ 등 굵직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인터뷰는 23일 오후 2시30분 <매일노동뉴스> 대표실에서 서해성 소설가의 대담과 김현모 프랑스 고등교육진흥원 서울사무소 대표의 도움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되었다.


- 프랑스에 68혁명 세대가 있듯 한국에는 반독재운동을 펼친 민주화운동 세력이 있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해 68혁명 세대들이 현재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프랑스 68세대는 이미 40여년이 지났고, 주역들은 곧 있으면 정년퇴직할 나이입니다.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죠. 지금은 68년 당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죠. 당시에 ‘일상’과 ‘정치’ 영역을 바꾼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습관, 문화, 사회에 대한 문제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치도 혁명적으로 바뀌었죠. 그런데 현재는 일상적인 변화는 그 아이디어를 지키고 있으나 정치적인 면은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주역들은 현재 언론, 광고 분야 등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부유한 세대라고 부를 수 있죠. 현재 68운동의 아이디어에 충실한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주역인 ‘다니엘 콘 벤디트’는 현재 유럽의회 의원인데, ‘신자유주의’, ‘유럽통합’에 찬성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지난주 소르본느 대학 강의서 학생들에게 많은 야유를 받았죠. 또 68년 이후 ‘리베라시옹’을 창간한 사장 ‘세르주 쥘리’는 현재 ‘신자유주의 전도사’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록펠러와 비견되는 은행가문인 미국의 로뜨쉴드(로스차일드)사에 지분 30~40%를 팔았습니다.”

- 프랑스에 견줘 한국은 민주화 가치의 진전이 더뎌 우려가 됩니다. 프랑스 68세대의 가치와 우리나라의 반독재민주화 가치를 이어나갈 방법은 무엇입니까.
“사람은 변하지만 그 정신은 계속 살아 있습니다. 당시 68혁명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현재 나이가 들어 권력을 쥐거나 부자가 되는 등 변했지만 그 정신만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지난 95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던 정부가 반대에 부딪치거나, 오는 29일 예정된 ‘유럽헌법 투표’가 반대운동 등에 직면하게 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 프랑스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화운동세대들에게도 ‘똘레랑스’의 나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나 프랑스에 망명한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볼 때 똘레랑스는 우월한 사람에게 주는 기회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는 ‘권리’, 즉 다른 문화권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19~20세기 식민지를 통한 억압정책이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외국인에 대한 대우 등 사회적 문제는 여전합니다. 작년 이맘때 이슬람의 베일(차도르) 착용문제와 관련 사회이슈화 된 적이 있었는데, 결국 공립학교에서 베일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 시켰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 선생님은 21세기가 ‘포르토 알레그로’에서 왔다고 말씀하셨는데, 한반도 입장은 전쟁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21세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인간 ‘지놈’에 대해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요.
“유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은 ‘21세기는 베를린 장벽과 소련 체제의 붕괴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학자들은 9.11테러 이후를 말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가 말한 ‘포르토 알레그로에서 왔다’는 말은 시기가 아닌 장소의 문제, 즉 위치적 개념입니다. 국가가 아닌 비정부기구(NGO)가 한 목소리로 세상을 움직이는 첫 활동을 시작했다는 의미이죠. 국가를 상대로 대안세계의 주역으로 나타난 것을 뜻합니다. 복제인간에 대한 우려는 인간 신체의 ‘상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 교수의 연구발표는 인류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는 물리학의 발전, 21세기는 생명공학(BT)이 점하리라고 봅니다.”

- 신자유주의를 ‘제2의 혁명’, ‘선출되지 않는 권력’, ‘사회 없는 권력(사적 권력)’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투기금융자본에 대해 조세천국을 없애고, 자본과 금융이득에 세금을 물리자는 아탁(ATTAC) 등 작업을 하셨습니다. 이는 대단한 일이지만 동시에 철학, 이념적 명제의 선명성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몇 차례 세계사회포럼(WSF)이 열렸지만 ‘강령적, 실천적 지침이 약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말씀이 맞습니다. 세계화를 멈추게 할 행동(액션)이 부족합니다. 저는 아탁, 미디어워치 등을 주도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럽헌법 반대운동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물론 많은 이들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최근 ‘포르토 알로그레 선언’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12개의 조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세금 등의 대안이 당장 내일 실행이 된다면 세계화는 곧 멈추게 될 것입니다. 또 일주일 뒤 유럽헌법 투표에서 반대파가 이긴다면 ‘새로운 장’을 열 것입니다. 그것은 유럽통합에 큰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 노동자에게 세계화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세계화가 미치고 있는 영향과 세계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대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프랑스는 지난 월드컵 때 에어프랑스가 파업을 한 반면, 우리는 월드컵 당시 단 한건의 파업도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공공운수 등 공공분야의 공무원들이 투쟁을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그 결과로 아직까지 ‘공공서비스’가 유지되고 있죠. 반대로 사적인 영역은 재량이 없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분야에서 데모를 하면 일반시민은 자기들이 직접 못하니까 지지를 보냅니다. 지하철과 버스 파업이 미치는 시민 불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파업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 89년 말 소련의 붕괴와 함께 이념적 가치, 지향이 무너지면서 대안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생태주의로 기울어져 가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시장’ 이념에 대항할 수 있는 비판과 대안 이념은 무엇인지요.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특정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위험하고, 때론 실행이 안되었을 때 실망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대통령궁처럼 권력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화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반세계화 운동은 특정 노조, 단체에 의존할 수가 없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은 덜 생산적이지만 아직 5년밖에 안되었습니다. 딱딱하게 접근해선 안 됩니다. (우리의 운동은) 수많은 네트워크, 즉 갤럭시(여러 개의 조직)를 통한 비판을 통해 상대방을 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세계화의 종국적인 피해자는 ‘제3세계’이고 결국 그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끝까지 같이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문화다양성과 관련 에릭 홉스봄의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이 안 되고 벨기에에서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문화다양성을 옹호한다는 프랑스에서 출간이 안되었는지 경위를 설명해 주시지요.
“홉스봄의 책 출간이 안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자발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르몽드 디쁠로마띠끄>가 벨기에의 출판사와 공동으로 프랑스서 출판을 하게 된 것입니다.”

- 스크린쿼터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프랑스에서는 112일의 스크린쿼터가 있었지만 ‘마샬플랜’과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방 이후 상황은 어떻습니까.
“80년대 말 ‘국경없는 텔레비전 운영법’을 통해 컨텐츠의 60% 이상을 유럽국적물로, 40%이상은 프랑스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과 영화가 결합되어 있어 완충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법 도입시 유럽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스크린쿼터’와 같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국 영화에 대해서도 영화표에 대한 세금(영화진흥기금)을 물고 있습니다. 그것이 프랑스가 좋은 점이고요. 프랑스는 또 3년 전부터 라디오에서 샹송을 40% 의무적으로 방송하도록 규정을 새로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음반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영화표에 대한 세금제도와 다각적인 영화산업 보호제도 운영 및 지정 시간대에 TV에서 영화를 방송하지 못하게 하거나, 영화나 DVD는 1년이 지난 뒤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고등학교에서 영화(시네마) 전공과목을 의무화하는 등 프랑스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영화시각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유일한 국가일 것입니다. 이탈리아, 영국은 자국 영화를 거의 보러가지 않는데, 스페인에서는 최근 세금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라는 저서에서 21세기 영상물의 산업적, 정신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지. 그리고 한국의 스크린쿼터 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문화활동에서 여러 요소를 구분할 수 없다고 봅니다. 통합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는 매우 중요한데, 글로벌 산업이고 동시에 많은 연관효과(감독, 미술, 사진, 문학, 음악, 시나리오, 출판 등)가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자유무역정신을 강조하며 영화산업 개방 압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은 미국 영화점유율이 60~90%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외국영화 점유율이 1%에 불과하죠.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입니다. 미국이 영화산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정치, 경제적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산업이 항공, 제약 분야와 함께 제3의 수출산업이기 때문이죠. 또 정치적으로 영화를 수출함으로써 미국인의 생활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루즈벨트는 이미 30년대 당시 ‘영화는 미국생활을 파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인 것입니다.
스크린쿼터는 한국이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73일로 줄이는 문제를 양보하면 미국은 또 30일로 줄이자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문화는 상품이 아니고 한 나라의 혼과 정체성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 국민이 합심해서 유명 감독, 배우를 총 망라해 스크린쿼터 유지에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 한국은 전세계를 대리해 10여년 이상 ‘스크린쿼터’ 지키기 운동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지지, 연대의 지속적인 메시지를 희망합니다.
“언제든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인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스크린쿼터와 관련해 한국정부가 ‘왔다갔다(오락가락)’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내에서 운동을 전개하고, 시민들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쿼터 운동이 승리하면 반세계화 운동의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 선생님은 미국의 스크린 침략정책을 ‘상냥한 압제’, ‘달콤한 독재’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그것이 이뤄지려면 피지배자들의 ‘수동적 공모’가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을 포함해 개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운동은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개인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미국화’란 운동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서는 생활습관 변화(미국 브랜드 안사고 안입기, 패스트푸드 안먹기, 미국영화 비판 등)가 차근차근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활패턴이 필요하지만 근본적 변화는 물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문화는 상품이 아니라고 말이죠.”

- EU에서 최근 각 상품의 생산지역 표시에서 영어표기(불어 표기 안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프랑스어에 미칠 영향은 무엇입니까.
“프랑스에서는 아직까지 텔레비전에서 영어만을 단독으로 표기할 수 없도록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영어확산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시민 차원의 올바른 생각의 추진이 필요합니다. 캐나다 퀘벡에서 프랑스어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출판, 영화 모든 분야에서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를 많이 배우고 있는데, 영어화의 침략을 차단하려면 시민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 문화다양성과 서비스 무역이 침탈당했을 때, 국가, 민족단위, 노동자계급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요.
“WTO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유네스코에서도 문화에 대한 적극적 보호를 원하기 때문에 지켜지리라 봅니다. 건강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침탈당한다면 텔레비전, 출판 등 관련 계통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 유럽의 각국은 과거 식민지 침탈과 함께 문화재 약탈을 진행했습니다. 외규장각 문고나 구텐베르크보다 70년이 앞선 1377년 금속활자본도 프랑스에 있습니다. 금속활자본은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이를 밝혀낸 국내 여성학자를 프랑스 국립박물관측은 해고시켰는데요. 그래서 우리는 ‘똘레랑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세계 300권의 복사본 가운데 한권을 선물로 받은 라모네 편집인은 “중국으로 잘 못 알고 있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프랑스 사회당의 대표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는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설명을 듣고 라모네 편집인이 답했다.

“프랑스는 사본을 가지고 있고 원본은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과거의 문화약탈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당시 약탈한 오벨리스크를 에디오피아에 돌려주었고, 그리스와 영국간에도 문화재 협상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요하고, 상징적인 문화재는 돌려줘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 유교, 한자문화권인 ‘한·중·일’은 동아시아 연대를 같이 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연대를 하고자 해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식민지배와 침략의 역사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신뢰가 약합니다. 중국의 팽창과 일본의 군국주의화 문제와 함께 북한의 핵문제 등은 한반도 평화문제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방안은.
“동아시아는 한·중·일 문제와 북핵 및 대만문제 등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지역입니다. 핵문제는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너무 오래돼 유명무실합니다. 북한은 몇 년전 전세계가 지키지 않아 자기들도 조약에서 철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파키스탄의 핵보유에 대해 미국은 용인하고 있고, 전술적, 소규모로 사용하는 것은 연구검토하고 있습니다. 부시는 강경정책을 추진하는데 클린턴의 임기말 북한방문이 성사되었으면 보다 다른 정책이 나왔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국의 역할이 제일 중요합니다.”

-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이겠지요. 르몽드 디쁠로마띠끄를 통해 ‘한국의 세균전’에 관한 글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거듭 당부 드립니다.
“전적으로 원하고 있고, 계속 관심있게 지켜볼 것입니다.”

- 르몽드의 구조조정은 왜, 어떻게 했으며, 노동자들의 저항은 없었는지요. 신문시장 위기와 함께 프랑스에서는 ‘르몽드의 감춰진 얼굴’ 등이 화제가 되었다는데요. 그러한 영향은 없었는지. 노동자 입장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책이 나온 것은 사실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르몽드는 출판그룹의 규모가 커졌고 그래서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면이 있습니다. 또 발행부수가 과거에 비해 떨어져서 경영진은 100명 이상의 해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발적 희망퇴직(보상 패키지 제공)이지만 이유야 어떻든 노조는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죠. 구조조정이 아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해고는 기정사실로서 불가피해 보입니다. 구조조정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 르몽드 디쁠로마띠끄의 직원은 몇 명입니까.
“20여명 입니다. 아탁도 5명 정도죠.”

-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과거사 청산’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조·중·동 등이 아직도 완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르몽드는 레지스탕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의 과거사청산과 관련해 프랑스의 경험을 들려주십시오.
“사실 2차대전 이후 두 가지 현상이 있었습니다. 우선 ‘정화위원회’ 제도를 만들었는데, 과거 나찌 협력자들(고급공무원, 기자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고 총살까지 당한 언론인도 있습니다. 이후 사회가 과거사는 잊어버리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는데, 당시 독일과의 화해 정책이 과거사청산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새롭게 언론에 의해 제기된 것이 모리스 파퐁 사건인데, 유태인 학살과 연루돼 다시 한번 등장한 바 있습니다.(지난해 6월 프랑스 대법원은 예산장관을 지낸 94세의 노인, 모리스 파퐁에게 징역 10년형을 확정 판결했다. 50여년 전 나치에 협력한 것이 지난 81년 전력이 드러난 것.)”


- 비시정부 하에서 프랑스인 상당수가 정권에 협력했다는 논문을 읽은 바 있습니다. 우리도 34년 10개월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데, 왜 지배체제하에서 비시에 협력했는지 궁금합니다.
“‘전후 모두가 레지스탕스였다’와 ‘모두가 비시에 협력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자는 소수이고, 대부분은 지켜보는 입장이었죠. 전쟁 초부터 군사적 패배를 당한 프랑스는 1차대전의 영웅인 페탕(4년간 괴뢰정부의 원수를 지내다 해방 뒤 옥사함)이 독일과 휴전을 맺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페탕의 인기도 때문에 협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라모네는 누구
스페인 출생인 이냐시오 라모네는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쁠로마띠끄>의 사장 겸 주간이며 파리 7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다. 기호학과 문화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유수 언론에 미디어와 재정학, 세계화 등에 관한 시사적인 칼럼을 주로 써 왔다. <르몽드 디쁠로마띠끄>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라모네는 날카로운 시각과 중후한 비판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프랑스 최고의 논객으로 손꼽힌다.


라모네의 저서로는 <아메리카>, <커뮤니케이션의 횡포>, <혼돈의 지정학>, <소리 없는 프로파간다>, <프리바토비아를 넘어서> <21세기 전쟁> 등이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국내에 번역, 출판되어 있다.


<르몽드 디쁠로마띠끄>는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로 1954년 창간되었다. 유럽 및 아랍 언어로 번역되어 각국에서 발간되고 있으며 국제정치, 경제, 사회, 종교, 이념, 분쟁 등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에 대응하는 세계사회포럼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으며, 1998년 만들어진 아탁(ATTAC, 시민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을 통해 세계화의 폐해에 맞서 금융자본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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