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파업이 67일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 벌어 먹고사는 일당장이 건설노동자가 두 달 넘게 돈 한 푼 못 받으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그야말로 '차라리 죽여 달라'는 심정이다. 더구나 울산의 파업 시작일은 3월18일로, 일이 없는 동절기 12, 1, 2월 이후 바로 파업에 돌입해 사실상 조합원들은 6개월 이상 굶고 있는 상태이다.

6개월 이상 굶으면서 집단교섭을 요구하는 이유

이처럼 절박하다는 노조가 “집단교섭”의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섭방식과 관련해 노조는 집단교섭을, 사용자는 개별교섭을 주장하며 파업 돌입 이후 단 한 차례의 교섭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는 단순한 교섭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진실로 교섭방식 차이만의 문제라면 어느 노동자가 24일이상의 고공단식농성을 하고, 목숨을 담보로 70미터 상공에 매달리고, 가족을 포함해 3,500여명이 6개월 이상 굶주리고 있는 것을 감수하겠는가.

현재 사용자들이 개별교섭을 하자는 것은 사실상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울산건설플랜트노동자들은 일반 건설일용직노동자들처럼 현장의 공사기간, 공종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을 이동하고 있다. 즉, 7~8개월의 단기고용을 하면서 한 회사 혹은 여러 회사와 몇십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단기고용이 반복되는 현실을 사용자쪽에서는 교섭회피수단으로 삼아 교섭을 요구하면 '배째라'는 식으로 무조건 버티다 공사기간이 끝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되기가 무섭게 “우리 현장에는, 우리 회사에는 조합원이 없어 교섭의무가 없다”며 교섭을 거부해온 악순환이 지속된 온 게 작년 1월 울산건설플랜트노조가 생기고 파업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상황이다.

사쪽, 단기고용 상황 악용해 교섭 회피

심지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조합원 명단을 요구하고, 밝혀진 조합원은 어김없이 해고를 시켜온 부당노동행위까지 중첩되어 있었다.

지금 울산의 사용자들은 무조건 시간을 끌어 보자라는 것밖에는 없다. 사용자쪽은 5월말이 되면 현재 진행 중인 많은 공사들이 끝난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사용자쪽은 노조가 교섭요구를 한 70개 이상의 업체와 1대1로 교섭을 하자는 것이고 당연히 수십명의 노조 교섭위원이 몇개월씩 교섭을 하다보면 교섭도중 공사가 끝나고 교섭의무가 없다며 발을 뺄 셈이다.

물론 사용자쪽은 “회사가 규모도 다르고 매출액도 다르다”며 개별교섭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실상과 맞지 않다. 건설현장의 일용직노동자들은 직종과 기능에 따라 임금을 달리 받고 있다. 즉, 울산에 수많은 전문건설업체가 있지만 업체에 따라 달리 임금을 주거나 노동조건을 달리하지 않는다.

이것은 울산 뿐 아니라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건설사와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노조가 아닌, 기업별로 임금과 노동조건이 결정되지 않는 건설현장에서 동떨어진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또 사용자는 우리가 울산의 천여개가 넘는 업체를 대표하여 교섭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노조의 교섭 상대방이 되는 업체는 실제 300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노조에서는 현재 노동부에서 성실교섭지도를 받은 12개 업체에게 대표단이 되라고 요구한 적도 주장한 적도 없다.

똑같은 노동조건, 집단교섭을 회피할 명분 없다

노조는 단지 성실교섭지도를 받은 12개 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을 하자는 것밖에 없다.

동일한 노동조건이어서 어차피 단체협약의 내용 또한 동일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왜 유독 울산에서는 업체수만큼 반복해야 하는가. 울산과 동일한 다른 건설노조들, 타워크레인기사노조, 포항건설플랜트노조, 여수건설플랜트노조, 전남동부건설플랜트노조는 각각 100여개 이상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단지 하나의 단체협약만 갖고 있다.

지금 울산에서 개별교섭만을 주장하는 사용자쪽 주장은 결국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 개별교섭이냐고 노조가 조목조목 따져 물으면 사용자쪽은 “그냥 싫다, 그 이유까지 말해야 하느냐”만 반복한다.

지난해 여수, 포항, 전남동부의 집단교섭방식이 왜 오직 울산에서만 안 되는지, 울산의 1,300여 업체와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노동부가 인정한 교섭대상 12개 업체와만 집단교섭을 하겠다는데 왜 안 되는지 사용자쪽은 노조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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