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운동연합(민언련)은 20일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관련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시위의 원인은 간과한 채 '폭력시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송의 보도 행태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대한 방송3사의 무관심은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편이다. 플랜트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3월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이를 다룬 방송보도는 단신 5건을 포함해 13건을 넘지 못했으며, 파업 이전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나 파업 초기 보도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4건)와 MBC(3건)의 보도는 모두 합해도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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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더 심각하다. 민언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보도는 지난달 1일 SBS에서 23초간 다룬 경찰과 플랜트노조간의 물리적 충돌”이라며 “결국 ‘폭력시위’라도 해야 파업사실이 방송에 보도되는 관행이 여전히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송은 과격한 시위 현장은 ‘중계’ 하듯 상세히 전하면서 정작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있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대로 보도한지 않았다”고 밝혔다. MBC의 경우 박해욱 위원장 인터뷰를 통해 “화장실을 지어달라는 그런 단계의 요구안이 있다”는 한 문장이 노동자들의 요구 내용의 전부였으다.
민언련은 또 “방송들은 노동자들이 SK공장 정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SK공장 진입을 시도한다고 보도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이 ‘왜 SK공장을 문제삼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 등 대기업에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언련은 “노동자들의 기초적인 노동조건 개선 요구는 무관심한 채 ‘과격시위’에만 초점을 맞춘 이들 방송사의 보도태도는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 노동운동진영의 ‘비리’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 균형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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