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에서 남녀 차별을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도 그뿌리가 깊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큰 것이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단적인보기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대안사회문제연구소가 24일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21년과한국여성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강남식 한국여성연구소부소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법과 제도에서나마 차별을 없애는 진전을 이뤄온배경에 바로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있었다는 데 이의를 다는 토론자들은 없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정부가 △`가족 성(?)을 선택할 자유'를 규정한 16조 1항g호의 유보를 철회하고 △피해자가 유엔 차별철폐위원회에 구제를 호소할 수있도록 한 `선택 의정서'에 서둘러 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또여성차별철폐협약의 홍보와 교육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가 이 협약을 비준한 것은 84년 12월이었다. 87년 남녀고용평등법제정부터 지난해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까지 법률면에서는꾸준히 남녀 차별이 개선돼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협약 가입 당시 우리나라는 국적의 평등을 규정한 9조와, 혼인과가족생활에서의 평등을 규정한 16조 1항의 가입을 유보했다. 91년 민법 개정과97년 국적법 개정으로, 지금은 `가족 성의 선택의 자유'를 규정한 16조 1항g호만이 유보한 상태다.

이 조항은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내도 남편의 가(家)에입적하도록' 규정한 민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정부쪽은 국민 정서등을 이유로 유보를 철회할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3년 전부터 `부모 양성 쓰기 운동'을 펼쳐온 여성단체연합쪽은 최근 호주제폐지 운동이 확산되면 이 조항의 유보 철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유엔 총회를 통과한 선택 의정서는 여성 차별 피해자가 국내 법 절차를 밟은 뒤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진정을 접수하면 당사국에 문의하고 시정을 권고하며, 심한 인권 유린 사안에는조사단을 보낼 수 있다. 협약만으로는 각국에 이행을 강제할 힘이 없었던 점을보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법무부 등의 반대로 아직 서명도 하지 않은상태다.

차기 여성차별철폐위원으로 선출된 신혜수(50)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무엇보다 시민들이 협약을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인권 교육이 절실하다”며“선택 의정서 비준도 예산 부담이 없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점을감안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이란>

정식 이름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CEDAW)'이다. 유엔 총회가 79년채택해 81년 9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90번째로 84년 12월 가입했다.

<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뽑힌 임기>

4년의 여성 문제 전문가 23명으로`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구성돼, 각국 정부의 이행 보고서를 심의하고 권고하며유엔 총회에 보고한다. 김영정 전 정무장관이 97년부터 위원으로 활동했고, 신혜수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내년부터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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