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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가기 전에 먼저 할 일
비리를 저지른 31명의 자본가들이 지난 13일 면죄부를 받았다. ‘무노조 경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도 사면됐고,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부회장들도 모두 죄를 벗었다.

이들은 분식회계를 하거나 부실한 계열사에 부당지원을 하거나 정치권에 불법대선자금을 대 주다 들킨 사람들이다. 분식회계나 계열사 부당지원은 건강한 경제구조를 해치는 파렴치한 짓이다. 불법대선자금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정경유착의 '알짜'다.

이들이 특별사면을 받으며 부처님의 자비를 온 몸으로 느끼던 날, 민주노총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에는 36명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하고 있다.

하루 종일 기름때 묻은 굴뚝을 오르내리는 중노동을 하던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 22명은 화장실 하나 만들어 달라는, 너무나 ‘큰 죄’를 지어 구속돼 있다.

노동기본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현대차 비정규노동자들이 창살 속에 갇혀 있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앞장서 항의했던 한 노동자는 삼성그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구속 중이다.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요구한 공무원노조 지도부도 영어의 몸이다.

중앙노동위의 위법 결정 덕에 합법파업의 길이 막혀버린 LG칼텍스 노동자들도 ‘불법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번 사면에는 삼성, 현대, LG의 비리 관계자가 모두 포함돼 있는데, 감옥에도 똑같이 삼성, 현대, LG 노동자들이 갇혀 있다. 같은 회사의 비리 범죄자는 사면되고, 경제민주화와 노동기본권을 요구한 사람은 벌을 받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과 사회통합’을 위해 이들을 사면했다고 했다.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하고, 노동자들은 가두는 행위가 경제 재도약의 길이고 사회통합의 길인가보다.

광주민중항쟁이 25주년을 맞았다. 노 대통령도 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 참석할 모양이다. 노 대통령은 참석 전에 먼저 자문하라.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25년 전 광주 민중들이 목숨을 내던지며 건설코자 했던 세상이, 이런 세상이었는지 먼저 답해야 한다. 그런 다음 광주행 길에 올라도 늦지 않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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