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지난 9일자로 산하 지사에 내린 30페이지 분량의 ‘과격집단민원 대응요령’이라는 지침이 물의를 빚고 있다.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집단민원을 어떻게 원활히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잠재된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침의 내용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공단의 낡은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침에는 과격민원이 발생할 경우 처음부터 고소·고발을 위해 CCTV나 카메라를 이용해 ‘채증’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법적 대응요령 △고소장 작성 사례 △과격민원 유형 △적용되는 형법상 죄책 내용 등을 상세히 적고 있다. 또한 관할 경찰서와 평소에 유기적 협조체제를 유지할 것까지 명시해 놓고 있다.

공단은 이러한 지침을 왜 만들었을까. 공단은 “최근 들어 징수특례제도 시행과 근골격계 및 공황장애 등과 관련한 집단요양신청으로 인해 과격집단민원이 급증하고 있는데 불법행위에 대한 적극적 법적조치가 미흡했다”며 “신속하고 면밀한 대응을 위해 지침을 시달한 것”이라고 공문에서 밝히고 있다. 공단은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공단의 삐뚤어진 시각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도대체 공단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원론적인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집단요양신청은 그만큼 해당 사업장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하다가 한두명이 아픈 게 아니라 집단으로 고통을 호소한다면 공단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또한 민원인들이 지사에 찾아가 농성을 하고 다소 과격하게 나오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절박함과 함께 공단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이 점을 겸허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산재는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집단민원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적 체계가 없을지 고민하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 아닐까.

‘근로자가 행복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공단 방용석 이사장이 홈페이지 머리말에 쓴 이 내용이 ‘진심’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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