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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이른바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라 하는 그리스도 교회의 가계부라 할 수 있겠는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체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 요즘이 좀 어려운 때인가. 비록 박봉이지만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고 빚지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수입과 지출의 항목별 비율이 매달 똑같은 것은 아니다. 겨울철에 난방비가 예상외로 많이 나오거나 시설물이 낡아서 뜻밖에 큰 수리비가 들면 그런 달은 어김없이 적자를 기록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문제는 여러가지 지출항목 중에서 우리가 임의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교구공납금과 인건비를 제한 나머지는 20%뿐인데 그나마 우리 인천교구의 예산지침서대로 10%를 사회복지비로 지출하려면 나머지 10%로 일상적인 교회운영비나 각종 공과금을 해결해야 한다. 전기, 수도요금을 체납할 수는 없으니 교구공납금이 밀리거나 직원들 봉급 날짜를 미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지출의 최우선 순위가 인건비다. 교구공납금은 어쩌다 한번씩 납부연기는 허락되지만 탕감은 안 된다. 그러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하고 희생해서 나눔을 실천해보려고 애를 써도 실제로는 불가능한 게 지금 우리 교회의 실정이다. 할 수 없이 '나눔'을 유보하는 거다. 사실 말이 좋아 유보이지 예산을 유용하거나 가욋돈을 걷기 전에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
이웃에게 베풀지 못하는 교회가 자신을 남이 먹고살도록 기꺼이 밥이 되어준 예수의 공동체인가. 이것이 6천명이 넘는 '대형' 교회의 실질적 책임자인 내 고민이자 아픔이다(돈 문제는 평신도에게 맡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은 실제로는 현실성이 없다).
그래서다. 막연하게나마 대안학교처럼 '대안교회'(이런 말이 있기는 있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교회수입의 반은 살림에 보태고 반은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예산의 작성과 집행은 꿈일 뿐일런가. 우리의 의식을 어떻게 바꾸고, 교구와 본당의 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공동체가 가능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