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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과연 나눔의 공동체인가
  • 호인수 부천 상동성당 주임사제
  • 승인 2005.05.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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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서울의 몇몇 대형 교회들을 빗대서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다. 남의 일까지 들먹여 옳고 그름을 따질 만큼 내가 떳떳하지도 않거니와 그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내가 책임 맡고 있는 성당(부천 상동 천주교회·신도 : 2005년 4월 30일 현재 6천8백47명)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재정문제를 솔직하게 까발리고 사제로서 29년을 꽉 차게 살았으나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내 고민을 말하려는 것이다. 다음은 4월말 우리 교회의 결산보고서(매월 말 주보에 공지)다.

수입
교무금(개신교의 십일조에 해당) : 56.8%(수입총액 대비)
헌금(주일헌금, 감사헌금, 특별헌금 포함) : 34.4%
미사예물(미사봉헌 사례금) 및 기타 예물 : 2.7%
기타 : 6.1%


지출
교구공납금(매월 교구본부에 내야 하는 분담금) : 52.6%(지출총액 대비)
인건비(사제2, 수도자3, 직원4 합계) : 26.9%
각종 공과금 : 8.7%
일반 운영비(비품, 관리, 교육, 등) : 10.8%
사회복지비 : 1%
(참고로 이야기하면 우리 교회의 주 수입원인 교무금은 대개 1주일에 5~6백만 원 정도, 주일 헌금은 3백만 원 정도다)


이것을 이른바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라 하는 그리스도 교회의 가계부라 할 수 있겠는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체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 요즘이 좀 어려운 때인가. 비록 박봉이지만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고 빚지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물론 수입과 지출의 항목별 비율이 매달 똑같은 것은 아니다. 겨울철에 난방비가 예상외로 많이 나오거나 시설물이 낡아서 뜻밖에 큰 수리비가 들면 그런 달은 어김없이 적자를 기록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 호인수(부천 상동성당 주임사제) 시집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 등이 있다.
문제는 여러가지 지출항목 중에서 우리가 임의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교구공납금과 인건비를 제한 나머지는 20%뿐인데 그나마 우리 인천교구의 예산지침서대로 10%를 사회복지비로 지출하려면 나머지 10%로 일상적인 교회운영비나 각종 공과금을 해결해야 한다. 전기, 수도요금을 체납할 수는 없으니 교구공납금이 밀리거나 직원들 봉급 날짜를 미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지출의 최우선 순위가 인건비다. 교구공납금은 어쩌다 한번씩 납부연기는 허락되지만 탕감은 안 된다. 그러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하고 희생해서 나눔을 실천해보려고 애를 써도 실제로는 불가능한 게 지금 우리 교회의 실정이다. 할 수 없이 '나눔'을 유보하는 거다. 사실 말이 좋아 유보이지 예산을 유용하거나 가욋돈을 걷기 전에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

이웃에게 베풀지 못하는 교회가 자신을 남이 먹고살도록 기꺼이 밥이 되어준 예수의 공동체인가. 이것이 6천명이 넘는 '대형' 교회의 실질적 책임자인 내 고민이자 아픔이다(돈 문제는 평신도에게 맡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은 실제로는 현실성이 없다).

그래서다. 막연하게나마 대안학교처럼 '대안교회'(이런 말이 있기는 있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교회수입의 반은 살림에 보태고 반은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예산의 작성과 집행은 꿈일 뿐일런가. 우리의 의식을 어떻게 바꾸고, 교구와 본당의 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공동체가 가능해질까.

호인수 부천 상동성당 주임사제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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