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보조금이란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서비스, 시민교육, 생활환경운동 등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다. 지방자치가 정착된 외국은,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지원하는데, 우리의 경우 특정단체에 편중해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공정한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지원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서울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인 구청에 적게는 4억원에서 많게는 6억원까지 사회단체보조금이란 항목으로 예산을 배정해 놓았는데, 구청 예산에서 4~6억원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수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사회단체보조금의 액수를 1,2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행정자치부의 예산편성지침을 근거로 추정한 액수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수치다. 구체적으로 보면, 18개 광역지자체가 각각 18억원을 지급해 288억원, 141개 시 및 자치구가 평균 4억7천만원을 지급해 662억7천만원, 91개 군이 3억4천만원을 지급해 309억4천만원 등이다.

이 정도 금액이다 보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회단체보조금은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을 올려, 자치구별로 있는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지원받게 돼 있는데 과연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고 있을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지방자치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약 2달 동안 서울지역 15개 구에 사회단체보조금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이 고르게, 또한 지역 공익에 해당하는 사업계획에 맞게 사회단체보조금이 배분돼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결과 각 구청 사회단체보조금은 제대로 심의되지 않고 지원될 뿐만 아니라, 몇몇 단체에 대한 편중지원, 공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집행 등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국민운동 3개 단체라고 불리는 새마을운동단체, 바르게살기단체, 한국자유총연맹에 대한 각 구청의 편중 지원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2004년 이들 3개 국민운동단체는 15개 자치구로부터 총 26억3,557만원을 지원받아 전체 사회단체보조금의 40%를 독식했다. 3개 단체 중에서도 새마을 관련단체는 새마을운동지회, 새마을부녀회, 새마을지도자협회, 새마을문고 등으로 2004년 총 16억2천여만원을 지원받아 전체 사회단체보조금의 24%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율을 보여줬다.

각 구청별로 4~6억원 되는 사회단체보조금을 이들 3개 단체가 40% 이상 독식했고, 그 다음이 해병대전우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대한무공수훈자회 등 군경단체였다. 결국 국민운동 3개 단체를 포함한 군경 관련 단체들이 전체 사회단체보조금의 70%를 배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70% 이상의 금액이 흔히 관변단체라고 불리는 곳에 편중지원 됐는데, 이 정도면 가히 주민자치가 아니라 관변자치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으로 각 지방은 단체장과 함께 지방의회를 구성해 행정 및 정치 행위에 있어 각 지방의 실정에 맞도록 자치적인 결정과 운영을 하게 됐다. 지방자치시대에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주민자치다. 주민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을 통치,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지방자치제도에 의해 지방으로 분산된 권력은 지역 주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이들에게 주어진다. 주민자치는 지역에서 선출된 이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참여 정치의 폭을 넓히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편중된 지원되고 있는 사회단체 보조금은 지역의 건강하고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가 성장하지 못하는 걸림돌이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도봉구 참교육학부모회와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은평구의 환경운동단체가 보조금 심의에서 탈락한 사례가 조사됐다.

주민들의 왕성하고 자발적 정치참여를 통한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 또한 주민참여를 통해 당 지방자치 핵심공약인 참여예산을 실시하기 위해서 사회단체보조금 개선운동은 절실하다. 덧붙여 지역 토호, 보수적 성향의 단체들에게 사회단체 보조금이 편중 지원되는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도 사회단체보조금 개선운동에 당이 절박하게 나서는 이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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