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몸과 마음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노동의 결과도 자연스레 좋을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의 대상이 물건이 아닌 사람인 경우에 노동의 성격과 구체적인 노동행태는 제조업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은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배려하는 서비스가 기본이 되며. 각종 상업적인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호텔종사자, 스튜어디스, 판매종사자, 간호업무 등이 대표적인 것이며, 대다수의 여성이 가족의 보살핌 노동처럼 공적 영역에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의 특성은 감정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상대방을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물건을 생산해 내는 노동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편 상업적인 서비스가 아닌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교육을 하는 주체, 즉 교사의 노동 역시 서비스이며 그 대상은 학생이다. 다른 직업과 비교해 볼 때 교육은 단연코 여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교사가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환경이며 이를 통해 교육노동의 대상자인 학생의 교육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주제에 교육환경의 변화를 통한 교사의 건강보호라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길이 교육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제대로 된 교육을 가기 위한 필수적인 항목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아이 양육을 사회적으로 책임지기 위한 행보 중 하나로 보육시설의 확충, 보육시설인증제, 보육교사자격증 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보육시설이 늘어나고 있으며 보육환경과 교사의 자질을 검증하자는 데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보육교사의 노동환경과 그에 따른 건강이다. 유치원 이전의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의 경우 끊임없이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스킨십을 위해 아이를 안고, 들어 올리는 노동은 공장에서 중량물을 취급하는 남성노동자와 비교해 볼 때 빈도나 무게 면에서 결코 나은 형편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경우 요통, 근골격계질환, 스트레스에 노출돼 건강이 훼손된다는 사실이 이미 서구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둘째,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교원평가제와 관련된 것이다. 교원평가제가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자질향상을 꾀하면서 평가의 결과가 교사 스스로의 노력과 교육환경의 변화로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수단이 된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교육은 다른 노동과 달리 학생에 대한 사랑, 관심 등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다.

시범수업으로 교사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은 교육노동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며 학생과의 유대, 친밀감, 관심이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학생과의 진정한 교류를 위해서는 교사의 건강이 일차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성대결절,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질환, 소음, 분진, 하지정맥류 등에 교사가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교육노동의 핵심이 보살핌(caring)이라면 보살핌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보살핌을 하는 주체의 건강이 담보돼 교육이 제대로 실행돼야 할 것이다. 교육시설을 확충하고 교사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교육의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의 건강이 보호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 평가나 인증제도와 병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교육을 잘 하려고 해도 환경적으로 교사의 육체와 정신이 힘들어진다면 평가나 자격증제도는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이런 면에서 교사노동의 구체적인 업무분석, 교사의 업무와 건강과의 관계를 밝힘으로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교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사가 주로 경험하고 있는 질환은 무엇인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행정업무는 교사의 건강과 교육의 효과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와 조사를 기반으로 한 개선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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