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단지 SK(주) 70m 정유탑, 서울 마포구 아현동 SK건설 공사현장 35m 타워크레인에서 모두 여섯명의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이 각각 고공농성 6일과 7일째를 맞은 지난 6일, 박해욱 노조위원장<사진>과 지도부 4명은 ‘구속결단 삭발식’을, 1천여 조합원은 구속결단식을 진행했다.

파업돌입 일주일만인 지난 3월25일부터 수배상태로 파업을 지도했던 박해욱 위원장은 “막노동꾼으로 노예처럼 살아왔던 건설일용노동자들이 이제 당당히 인간임을 선언하고, 더 이상 잡초처럼 짓밟히지 않고, 노동자로 다시 서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파업을 설명했다.

그는 7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고공농성’, ‘쇠파이프 무장’ 등 언론에 과격·폭력 시위로 묘사되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파업이 이미 50일을 넘겼다, 더이상 먼지 나는 자갈밭이 아니라 식당에서 밥을 먹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겠다는 노조의 요구가 과도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최소한의 노조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구속·연행·강제진압으로 노조의 파업을 차단하고 오히려 불법시위로 왜곡, 선전하고 있는 언론과 울산 검찰과 경찰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설일용노동자의 특성상 파업을 시작하게 되면 대기업 공장들과는 달리 일터가 아닌 현장 밖에서 파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는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건설노동자들이 ‘생존권’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이 파업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부분 울산을 연고로 하는 조합원들은 이곳을 등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고용돼 있던 전문건설업체들이 SK(주)로부터 하도급을 받았기 때문에 파업에 동참했던 이들의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파업이 장기화될 줄 몰랐다”는 그는 “수십년 간 울산에서 대공장노조들이 파업을 하는 것도 지켜보고, TV에서 정규직노조의 파업도 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노조의 쟁의행위를 이렇게 무참히 짓밟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박해욱 위원장의 말에서 사회에 대한 원망을 읽을 수 있었다.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 SK!'라는 슬로건으로 좀더 고객에게 다가가겠다는 SK. 그들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행복을 나누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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