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미군기지(Camp Casey)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김태수(39, 가명)씨는 최근 “해고된다면 이민을 갈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동두천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리 동두천에서만 살아왔다. 대공장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공채로 미군기지에 들어와서 일한지 5년째다. 비전투용 업무용 차량을 정비하는게 그의 일이다.

주한미군이 1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해고대상자를 선별한다는 소문이 돌며 작업장은 뒤숭숭하다. 지난해 파주, 문산 캠프가 없어지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동두천으로 전환배치된 일도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뾰족한 대책이 마련될 거라는 희망을 느끼지 못한다. 문산에서 정비업무를 하다 온 한 노동자는 지금 식당일을 하고 있고, 출퇴근 시간만 2시간 이상이 걸려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 하는 일이 시간여유가 많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게 좋았다.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들은 주5일제 근무를 한지 오래됐다. 평일에도 오후 5시면 퇴근이다.

임금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60세 이후에도 계약직으로 65세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드는 일이었다. 주한미군들과 관계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해고될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동두천시에 기업체 하나 변변한 것이 없고 교육환경도 열악해 자식들을 어떻게 키우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한미군 감축으로 기지 내에 한국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감원이 당연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희망도 안보이고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씨는 “독일이나 일본은 미군이 철수할 때 노동자들에게 보상금을 많이 해줬다고 들었다. 우리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한국 정부에 더 화가 많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솔직히 주한미군과 같이 일하다 보니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본다. 하지만 나도 주한미군이 철수돼야 할 필요성은 느낀다. 우리들의 생계보장만 된다면…. 하지만 아무도 한국인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는?
1만8천명 120여개 직종에서 근무
쟁의시 45일간 냉각기간 거쳐야
주한미군 내에서 일하는 한국인노동자들은 정비, 통신, 행정, 클럽, 세탁, 냉동관리, 제빵생산 및 보급, 식당, 탄약업무, 수송 등 주한미군 업무와 생활을 지원하는 모든 업무에 배치돼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직종만 120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1만8천여명이며 이중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조합원이 1만2,500명, 하청노동자가 2,500명 정도이다. 2004년 7월 말 현재 주한미군 수가 2만7,5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 노동자 수는 주한미군 수의 절반을 넘었다. 미국은 2008년 말까지 주한미군을 1만2,5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용산기지 등 서울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2천여명으로 가장 많다.


정년은 60세까지였으나 주한미군 감축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규채용을 최소한 억제하고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바 있다.


임금수준은 25년 이상 근무한 기능직 직원이 총급여액이 276만8천원(2001년 3월 기준, 한국노총 자료)으로 한국 군공무원에 비교하면 10~20만원 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한국인노동자들은 한미행정협정(SOFA) 노무규정(제17조)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르면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한민국 노동법령을 따르도록 돼 있어, 미군측이 이번 감원계획도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협상 가능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실제 주한미군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사업과 관련한 일들은 모두 양국 정부간 논의사항”이라며 감원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한국인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 쟁의조정신청은 대한민국 노동위원회에 해야 하며 15일간의 조정기간에도 노동위원회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건은 한미합동위원회에 회부된다. 합동위원회에 사건이 회부되면 대한민국 정부와 주한미군에서 각각 동수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정을 벌인다. 노조의 참여는 배제돼 있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이 접수된 날부터 최소한 45일간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없다. 이는 그나마 지난 2001년 SOFA 개정시 ‘합동위원회 회부된 후 적어도 70일간’에서 상당히 줄어든 기간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노동법에선 단체행동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폐기된 ‘냉각기간’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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