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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 시달리는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한미 양국 서로 책임 회피…“‘폐광지원 모델’ 필요”
분단국가에서 민족과 계급이 맞물리지 않은 문제가 있을까마는 주한미군기지 내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문제만큼 민족과 계급의 복합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한미협상이 체결되기도 전인 지난달 31일 캠벨 주한미군8군사령관이 한국정부로부터 받는 방위비분담금이 삭감됨에 따라 한국인 노동자 1천여명을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주한미군 내 노동자들의 문제는 더 분명해졌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한국인노조는 “한국 정부는 협상 당시 미국측이 분담금이 삭감되면 한국인 근로자들의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삭감만 주장하게 된 저의가 무엇인지 밝히라”며 “감원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미국과 주한미군쪽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우리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됐든 주한미군 감축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몇십년씩 일해온 노동자들에 대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볼 수가 없다. 이들 한국인 노동자들은 매년 퇴직금을 정산받았기 때문에 당장 해고되도 손에 쥐어지는 ‘돈’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도 주한미군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단체들도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방위비분담금 감축 원인?

이와 관련 주한미군한국인노조(위원장 강인식)는 한국인노동자 감원 발표 이후 노동부, 외교부, 주한미군사령부와 연이은 면담을 갖고 감원철회와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4월을 대화기간으로 설정했던 노조는 지난달 25일 중앙위원회를 갖고 향후 투쟁계획을 수립했다. 2~4일 전 조합원 서명운동, 12일 전국 13개 지부별 동시다발 집회, 6월3일 국방부 앞 총력집회 등이다. 조만간 쟁의조정신청을 제기해 파업채비도 갖출 예정이다.

강인식 위원장은 “면담 과정에서 한미 양쪽을 면담하면서 양국의 이견을 확인했다”면서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주한미군쪽은 분담금 삭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노동자 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지난해 주한미군 1개 여단 병력을 이라크로 파병한 것 등과 관련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이미 1,1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전환배치, 비정규직 전환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상태다. 강 위원장은 캠벨 사령관이 밝힌 1천명 감원계획은 방위비 삭감에 따른 추가감원임을 확인했으며 우리 정부는 이같은 대량 감원에 대해 고려조차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 삭감을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를 감원하는 것은 분담금 삭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환율하락으로 인해 미국입장에서 받는 방위비분담금의 삭감액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 한국이 지급한 방위비 7,469억원을 당시 평균 환율인 1달러 당 1,200원 기준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6억2,241만 달러였으나 올해 지급할 방위비 6,804억원을 현재시점 환율(1달러 당 1,000원)로 환산하면 6억8,040만 달러나 된다. 주한미군이 원화 사용비율이 높다 해도 방위비 감축액이 지난해에 비해 8.9%나 감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더구나 한미 정부는 2008년까지 주한미군 병력의 1/3(1만2,500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41개 기지를 23개로 통폐합하기로 합의해 한국인 근로자 감축도 이미 예상돼 있던 일이었다.

한국 정부도 수수방관

그렇다면 올해 방위비분담금에서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분담금은 인건비, 군사건설비, 연합방위력 증강 사업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나눠진다. 1천명 분의 인건비가 줄지 않았다면 주한미군이 방위비 삭감에 대한 불만표시로 감원계획을 발표했다는 일각의 분석에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의 권영길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총액만 합의했으며 주한미군측이 세부항목을 정한 뒤 추후 국방부와 논의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따라서 ‘1천명’이라는 감원규모가 어떻게 나왔는지조차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분담금 감액에 따른 모든 부담을 한국인 노동자에게 일체 전가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한편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는 “사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모든 경비를 미군당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 1항에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정부가 그동안 주한미군 당국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 임금의 70%를 부담해 온 것도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삭감 때문에 한국인 노동자들을 일괄 해고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 정부에게 책임을 돌리고 한국인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보복성 해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40만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1천명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강인식 위원장의 발언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주한미군한국인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지난해 10월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 급여의 72%를 한국정부가 부담하는 만큼 한국정부도 간접사용자 입장에서 이들의 고용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노사정위원회에 특위설치를 통해 대책마련을 논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주한미군 참석을 강제하기 어렵다며 특위설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문제에서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노동부도 손을 놓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외교부가 주무부처이다 보니 노동부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미군측의 진위파악도 아직 안됐고 교섭 과정도 남아 있어 (대책을 마련할)시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정원희 국제협력담당관도 “고용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며 해고가 된다면 고용훈련 시스템과 연계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감원발표가 된지 한 달이 넘은 2일에야 처음으로 관계부처회의를 가질 계획이어서 노동자 감원과 관련해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제정 등 필요

이와 관련 노동계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주한미군 이전지역 해당주민들에게는 특별법을 제정해 생계보장 및 지원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계보장 대책이 없다”며 “해당주민에 대한 지원책에 상응하는 노동자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도 아직 구체적 대안을 준비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당초 한국 군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했으나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한국군은 대부분 사병이 처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한국노총 한 관계자가 “폐광지역지원특별법 같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95년에 제정된 폐광지역지원특별법은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간의 균형발전과 주민의 생활향상을 위해 제정한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폐광지역진흥지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지역주민 또는 탄광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문희상,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11월 주한미군이전 지역에 대한 지원을 뼈대로 한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등지원특별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주한미군한국인노조측은 이 법안에 노동자 고용문제도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요구안으로 ‘노동자 감원 철회’를 내세우고 있어 근본적 대책마련과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노조가 국가안보나 경제를 위해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주한미군을 이라크로 파병한 것에서 미국은 자국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주한미군의 주둔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인 고용안정 대책이 고민돼야 할 이유다. 이번 일은 근본적 대책을 검토해야 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인터뷰> 강인식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위원장
“자연스런 감원기회 없앤 정부 잘못”
강인식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제도개선도 연구검토 중이지만, 우선 감원철회를 요구하며 쟁의행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해 근본적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는게 필요하지 않겠는가.
“김대중 정권때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주한미군을 감축하고 재배치하기로 했다. 그 기간 동안 정년퇴직 등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인 노동자들을 감원할 계획이었는데, 노무현 정부 들어 갑작스럽게 주한미군 감축시기를 2008년으로 앞당기면서 자연스런 감원기회를 없앤 것이 문제다. 내용을 밝힐 수는 없으나 근본적인 대책도 연구검토중이다.”


- ‘폐광지원특별법’ 같은 정책요구를 내세우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단체 등 사회단체들이 최근 기자회견을 하면서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인노동자 감원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좋았는데, 주한미군 철수를 함께 요구하더라. 그래서 기자회견을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주한미군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주한미군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을 미워하진 말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 노조와 함께 하는 단체들도 있다. 지난해 대규모 집회 때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도 함께 했다.”


- 86년도에도 인원감축 방침에 맞서 파업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주한미군이 760명을 하청화하겠다고 해 5월29일 0시를 기해 전국 동시파업에 돌입했다. 협상 끝에 하청계획을 철회하고 연도별 자연감소를 합의해 그날 오후 8시에 파업을 풀었다.”


- 감원 예상직종은.
“전투장비 관련 직종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만간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협상을 통해 감원계획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송은정 기자  ssong@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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