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11일, 상명여중 교무보조직으로 첫 출근한 김경화씨는 지난 2월28일까지 근 2년 동안 지각 한번 없이 성실하게 일해왔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일 김경화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계약만료 해지 통보를 받은 경위는.
“지난 2월1일 계약해지 통지서를 받았다. 그리고 행정실장과 서무부장이 분명히 얘기하길 ‘교장 해임에 따른 물갈이이며, 신임 교장에 대한 예우이다', '이는 관례이며, 차 대접에 필요한 아가씨를 쓸 예정이다.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고 조용히 그만둬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노조가 이의제기를 하자 지금은 이런 말을 한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 학교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가.
“교무보조는 학교별로 1명씩 있는데, 교무실과 교장실을 정리하고, 학교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교장실에 손님이 오면 차 대접도 하는 등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서 한다."
- 학교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나이가 만 45세이다. 대학교 4학년인 딸과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다. 7년 전부터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했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할인마트에서 일했는데, 8시간 동안 서서 물건을 정리하고 팔아야 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아는 분의 소개로 학교에 오게 됐는데, 그 전보다 월급이 35만원 가량 줄었지만 학교가 사람을 이유없이 자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고마워하며 열심히 일했다. 당시 학교에서도 자리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쓸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2년 동안 학교에서 일하면서 잘못했다는 소리 한 번 안 듣고, 잘한다는 칭찬만 들어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와서 이렇게 그만두라고 할 줄은 몰랐다.”
- 본인에 대한 근무평가가 다른 사람의 채용 기준이 됐다고 말했는데.
“행정실장이 본인에게 두 사람의 채용을 부탁한 바 있다. 고등학교 교무보조가 필요한데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고, 경비도 부탁했다. 그래서 대학 나온 아가씨를 교무보조를 추천했었는데, 아가씨 말고 나처럼 나이 많이 든 사람을 원한다고 해서 그런 사람을 추천해줬고 그 사람은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 내가 일을 잘하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을 원했던 것이고 추천도 부탁한 것 아니겠는가.”
- 일 하면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나.
“불합리한 건 많았지만 내가 비정규직인 이상 할 말은 없었다. 혹시 말했다가 재계약이 안될지도 모르고, 행정실장과 교무부장 등에게 잘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밥이나 물을 가져오라고 하면 가져다 주고 그랬다. 그렇게 칭찬만 받아오다 갑자기 해고된 것이다.”
- 지금까지 복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은 1인 시위 등을 통해 학교쪽과 협상을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될 경우 3개월 이내에 노동부에 부당해고로 고소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교육청, 청와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노동부 등에 민원을 넣은 상태이다. 그런데 한결같이 국립이 아닌 사립학교이므로 학교장 재량이라고 한다. 끝까지 싸워서 마지막에는 복직을 할 것이다. 전북 남원에 있는 학교에서 해고된 비정규직도 최근 복직했는데, 나도 그 뒤를 이어 복직되길 바란다.”
김경화씨의 한달 임금은 월 85여만원. 하지만 연월차와 보건휴가, 근로자의 날 등은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할인마트에서 일하며 받는 임금보다 적지만 학교를 택한 것은 '적어도 정당한 이유없이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던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경화씨는 지금 학교'밖'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쪽은 김씨의 '부당해고'라는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에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이지 해고는 아니"라며 "전임교장이 정년퇴직하신 뒤 새로 오실 교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모르기 때문에 (계약갱신자로) 추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옥 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상명여중처럼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의 권한이라며 교육청 등에서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재단과 교육청 양쪽에 부당함을 호소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경화씨는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연맹, 전교조, 지하철노조, 민주노동당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가 설치돼 있기도 한 상명여중의 한 교사는 '근무시간 이외에 김경화씨를 도와주는 일에 학교에서 터치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하철노조는 비정규직 철폐와 김경화씨의 부당해고를 호소하기 위해 지하철 선전전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곧 김경화씨의 얼굴과 사연을 지하철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김경화씨가 복직이 돼 그 포스터가 떼어지는 날이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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