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민정학원에서 운영하는 상명여중 교무보조로 일해오다 지난 2월28일 해고된 김경화(45)씨가 2일부터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학교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003년 3월11일, 상명여중 교무보조직으로 첫 출근한 김경화씨는 지난 2월28일까지 근 2년 동안 지각 한번 없이 성실하게 일해왔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일 김경화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계약만료 해지 통보를 받은 경위는.
“지난 2월1일 계약해지 통지서를 받았다. 그리고 행정실장과 서무부장이 분명히 얘기하길 ‘교장 해임에 따른 물갈이이며, 신임 교장에 대한 예우이다', '이는 관례이며, 차 대접에 필요한 아가씨를 쓸 예정이다.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고 조용히 그만둬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노조가 이의제기를 하자 지금은 이런 말을 한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 학교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가.
“교무보조는 학교별로 1명씩 있는데, 교무실과 교장실을 정리하고, 학교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교장실에 손님이 오면 차 대접도 하는 등 각종 심부름을 도맡아서 한다."

- 학교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나이가 만 45세이다. 대학교 4학년인 딸과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다. 7년 전부터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했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할인마트에서 일했는데, 8시간 동안 서서 물건을 정리하고 팔아야 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아는 분의 소개로 학교에 오게 됐는데, 그 전보다 월급이 35만원 가량 줄었지만 학교가 사람을 이유없이 자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고마워하며 열심히 일했다. 당시 학교에서도 자리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쓸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2년 동안 학교에서 일하면서 잘못했다는 소리 한 번 안 듣고, 잘한다는 칭찬만 들어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와서 이렇게 그만두라고 할 줄은 몰랐다.”

- 본인에 대한 근무평가가 다른 사람의 채용 기준이 됐다고 말했는데.
“행정실장이 본인에게 두 사람의 채용을 부탁한 바 있다. 고등학교 교무보조가 필요한데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고, 경비도 부탁했다. 그래서 대학 나온 아가씨를 교무보조를 추천했었는데, 아가씨 말고 나처럼 나이 많이 든 사람을 원한다고 해서 그런 사람을 추천해줬고 그 사람은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 내가 일을 잘하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을 원했던 것이고 추천도 부탁한 것 아니겠는가.”

- 일 하면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나.
“불합리한 건 많았지만 내가 비정규직인 이상 할 말은 없었다. 혹시 말했다가 재계약이 안될지도 모르고, 행정실장과 교무부장 등에게 잘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밥이나 물을 가져오라고 하면 가져다 주고 그랬다. 그렇게 칭찬만 받아오다 갑자기 해고된 것이다.”

- 지금까지 복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은 1인 시위 등을 통해 학교쪽과 협상을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될 경우 3개월 이내에 노동부에 부당해고로 고소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교육청, 청와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노동부 등에 민원을 넣은 상태이다. 그런데 한결같이 국립이 아닌 사립학교이므로 학교장 재량이라고 한다. 끝까지 싸워서 마지막에는 복직을 할 것이다. 전북 남원에 있는 학교에서 해고된 비정규직도 최근 복직했는데, 나도 그 뒤를 이어 복직되길 바란다.”

김경화씨의 한달 임금은 월 85여만원. 하지만 연월차와 보건휴가, 근로자의 날 등은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할인마트에서 일하며 받는 임금보다 적지만 학교를 택한 것은 '적어도 정당한 이유없이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던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경화씨는 지금 학교'밖'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쪽은 김씨의 '부당해고'라는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에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이지 해고는 아니"라며 "전임교장이 정년퇴직하신 뒤 새로 오실 교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모르기 때문에 (계약갱신자로) 추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옥 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상명여중처럼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의 권한이라며 교육청 등에서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재단과 교육청 양쪽에 부당함을 호소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경화씨는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연맹, 전교조, 지하철노조, 민주노동당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가 설치돼 있기도 한 상명여중의 한 교사는 '근무시간 이외에 김경화씨를 도와주는 일에 학교에서 터치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하철노조는 비정규직 철폐와 김경화씨의 부당해고를 호소하기 위해 지하철 선전전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곧 김경화씨의 얼굴과 사연을 지하철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김경화씨가 복직이 돼 그 포스터가 떼어지는 날이 언제일까?

학교비정규직 조합원 해고 및 복직 투쟁 현황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조합원 가운데 4월말 현재까지 '부당한' 이유로 계약해지된 것으로 확인된 조합원은 3명이라고 밝혔다. 2일부터 학교 앞 1인 시위를 들어간 상명여중 교무보조 김경화 조합원과 1일자로 복직된 전북 남원 용북중학교 사무보조 이영임 전북지부 사무국장, 충북 청주 북대중학교 영양사 임흥숙 조합원 등이다.


임흥숙 조합원은 지난 2월28일 계약해지 됐으며, 지난달 15일부터 청주시교육청과 복대중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임씨는 청주지역에서 14년째 영양사로 근무했으며, 2002년 복대중학교가 신설됨에 따라 3년 동안 이 학교에 근무했다. 학교쪽은 ‘학교 직원의 원성이 잦다’, ‘식단과 청결 문제 등에 대해 시정권고를 했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임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노조는 계약해지 사유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임씨를 해고할 요량으로 미리 조리사들로부터 불만사항을 접수받는가 하면, 청결 등의 문제는 트집 잡으려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씨는 현재 충북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상태이고, 오는 25일 판정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2월28일자로 ‘학교 예산이 부족하며, 도교육청에서 내놓은 배치기준 지침에 초과된 인원’이라는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영임 전북지부 사무국장은 40일간의 1인 시위 끝에 1일자로 교육업무보조원으로 복직됐다. 노조는 그동안 "예산부족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는 부당하고, 교육청 지침이 현재 고용된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까지 정원을 맞추라는 얘기가 아니"라며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해 왔고, 전북지노위로부터 결국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냈다.

학교 비정규직 현황
교육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학교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2003년 11월 현재 영양사, 조리사 등 학교급식분야와 사무, 교무보조 등 업무보조 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6만5,910여명에 이른다. <표 참조>


학교비정규직 현황 (03년 11월 기준)
분야별인원(명)직 종
학교급식42,130영양사(1,842), 조리사(4,619), 조리원(35,669)
도서관1,051사서
정보화4,806전산보조원
업무보조13,392사무(4,490), 교무(4,647), 실험(4,153), 실습(102)
기 타4,531유치원 교육보조원·보육교사(1,136), 특수교육
도우미(315), 코치(2,459), 당직전담원등 (621)
*사립학교 제외, 급식종사자는 국?공립 직영급식시설 기준

그러나 이 통계에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포함돼 있지 않아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경숙 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은 “사립학교 비정규직까지 포함시킬 경우 학교비정규직은 1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립학교의 경우, 비정규직 채용시 교육청 지침이 아니라 학교의 필요에 의해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데다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도 적은 편이라 현황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의 비정규직으로, 월 임금 60~9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부분 퇴직금은 지급되고 있으나 병가와 경조사휴가, 연차휴가 등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조사됐다.


노조에서 지난해 12월6일부터 18일까지 15개 지역, 8개 직종 791명을 상대로 조사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계약만료 뒤 갱신계약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9% 정도가 '근로계약이 끝나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으며, 17.6%가 '정해진 기준 없이 재계약은 학교 마음대로 한다'고 응답해 고용불안이 적지 않음이 드러났다.


또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6.7%에 달했고, 월 90만원 이하로 받는 응답자는 64.5%, 120만원 이하가 81.6%라고 응답하는 등 저임금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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