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일한 임시직 여성 노동자 문근영씨. 올해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출산휴가를 가려는데 사직서를 쓰라는 절망적 소식을 들었다. 매년 말에 재계약 때문에 불안해 하며 정규직에 비해 엄청난 차별을 해도 ‘찍’소리도 못해본 문근영씨는 사직서를 써야 하나, 아니면 쓰지 말고 버티어야 할까?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72조에 정한 산전후휴가 90일을 사업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고, 사업주는 출산을 이유로 여성노동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근영씨는 그 이름도 서러운 임시직 노동자! 사직서를 쓰지 않고 버틴다 해도 그 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 동안뿐이다. 아기도 나아야 하고 직장도 포기할 수 없는 문근영씨는 노동계가 제시한 비정규입법안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근로계약기간에 대해 알아보자.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는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을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주가 1년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반복갱신하는 것은, 사업주가 어느 날 마음이 변해서 갱신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현행 근로기준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갱신거부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문제와 함께 임시직노동자 문제의 양대 축이다. 갱신거부의 대해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제한’이 적용될 것인가?

법원판례는 계약기간을 정한 양 당사자의 의사존중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갱신거부를 해고로 인정하고 있다. 이때 ‘특별한 경우’란 갱신의 횟수와 근속년수, 사업장관행, 갱신거부의 사유, 계약기간을 정한 합리적 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해야 하는데, 구체적 사례마다 판단이 달라 단정적으로 ‘어떤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노동자의 곤궁한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계약기간’을 존중하는 원칙 아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 안은 기존 법원의 입장과 달리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

출산·육아·질병·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 발생시의 결원대체, 계절적 사업,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인 경우,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만 임시직(또는 기간제, 계약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간제 사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무조건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하였다.

노동계 안에 따르면 ‘별 이유 없이 그냥’ 임시직으로 5년이나 일해 온 문근영씨는 당연히 정규직이 된다. 정규직이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차별받은 서러움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계 안에 따르면 문근영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노동을 해온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여 임금과 기타 근로조건에서 차별받은 것을 시정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노조도 차별시정 신청의 주체가 될 수 있어 ‘나홀로 임시직 노동자’를 대신하여 노조가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차별시정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노동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반사회적행위’로서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장래에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기관에서 차별시정명령이 나오면 그 효과는 신청의 당사자인 문근영씨만이 아니라 유사한 조건에 놓인 사내 모든 임시직노동자에게 적용되어 회사로부터 그동안의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문근영씨 입장에서 중요한 산전후휴가에서도 중요한 대목이 있다. 산전후휴가는 출산 후 45일 이상 확보돼야 하고, 사업주는 60일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휴가기간 도중 계약기간이 만료하면 사업주의 의무도 종료되므로 산전후휴가는 종료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문제만이 아니라 산전후휴가급여도 상실된다.

고용보험법상 제55조7항 산전휴가급여는 90일의 산전후휴가 기간 중 사업주가 지급하는 60일분의 통상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30일분의 급여이다. 수급자격은 산전후휴가 종료일 이전 피보험기간(고용보험가입기간)이 180일 이상 되어야 하고, 산전후휴가가 종료한 이후 사업주로부터 산전후휴가확인서를 교부받아야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만료돼 산전후휴가가 종료됐다면 고용보험법상 산전후휴가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급여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한 경우에 국가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관계가 종료하였다면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노동계 안은 임시직 여성노동자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휴가기간 동안 기간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즉, 휴가를 사용하는 도중 이미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도 근로계약관계가 산전후휴가 종료시까지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경영계안은 3년까지는 자유롭게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하고 3년 이후부터 사유제한을 하자는 것이며, 사유제한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3년이라는 기준이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현재와 달라진 것이 없다.

5년째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문근영씨의 경우 경영계안대로라면 산전후휴가를 이유로 해고되거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년이 되지 않는 임시직노동자들은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지금보다 더욱 답답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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