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해요 손에 손맞고 / 뜨거웠던 태양아래 하나됐던 마음 그날을 기억해봐요~“

27일 한국여성개발원에 모인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지난해 보건의료노조의 역사적인 첫 산별총파업을 담은 노래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김병수 노조 문화국장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이 노래는 ‘2005년-1차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하루교육’ 프로그램<사진>에서 ‘교가’로 통한다. 이날 모인 조합원들은 이 교가에 맞춘 율동까지 소화하기 위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손짓, 발짓을 동원해 따라하기 여념이 없다. 보건의료노조의 ‘조합원 하루교육’ 프로그램은 이렇게 교가와 율동배우기로 시작했다.

노조의 이 교육 프로그램은 11년 전인 94년 임단투를 앞두고 서울지역 몇몇 병원노조가 모여 공동으로 교육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지현 서울지역본부장은 “처음에는 임단협의 주요요구안과 투쟁방침을 해설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대중적인 교육사업을 진행했던 것이 이제는 노조 운영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 본부장은 또 “90년대 중반에 이러한 대중교육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98년 최초로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산별전환의 원동력이자, 지난해 첫 산별교섭을 가능케 한 힘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노조의 교육사업은 노동계 안팎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최은계 교육실 위원은 “보건의료노조는 오랜 기간 동안 간부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노조의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사업들은 여러 산별노조나 연맹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초부터 전국 각 지역본부에서 실시한 ‘조합원 하루교육’에 다녀간 조합원은 서울지역 15개 병원 4천여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여명에 이른다. 조합원 4명 중 1명 꼴로 교육을 받은 셈. 지난해 ‘조합원 하루교육’이 산별총파업을 준비하며 ‘첫 산별교섭 쟁취’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산별교섭의 주요의제인 ‘비정규직’과 ‘무상의료’가 주요 화두. 또 최순영, 천영세, 권영길, 노회찬 등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거의 총출동해 '노동운동과 정치'에 대해 쉽게 해설하는 강연도 마련돼 있다. 이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전망을 주제로 하종강 한울노동문제 연구소장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강단에 섰다.

10년째 이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 왔다는 한양대의료원 진단검사의약과 신철우 조합원은 “자기 자리에 앉아 일만 하면 모르고 지나가는 문제들, 예를 들어 전남대병원 하청노동자의 파업처럼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곳에 오면 피부로 느낄 수 있어 꼭 참가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반응은 참가자들 대부분에게서 공통적이다. 20년 넘게 근무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교육에 참가한 중앙혈액원의 한 조합원은 “일상에서 지치고 힘들었는데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면서 “매스컴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던 노동관련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알게 돼서 인상 깊다”고 밝혔다. 교육이 끝나고 비정규직 문제나 무상의료와 관련해서도 조합원들은 한결같이 "보건의료노조가 먼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노조는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의 뒷받침은 바로 오랜기간 축적된 대중적 교육사업"이라고 자부한다.

- 조합원 하루교육을 소개한다면.
"94년 임단협을 앞두고 몇몇 병원노조들이 공동으로 교육을 실시하면서 비롯됐다. 상·하반기 2차례 열리는데 단협에서 보장하고 있는 8시간의 교육시간을 이용해 서울지역만 7~8천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임단협 주요요구안 해설 등 체계적이고 전일적인 교육사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지금의 교섭력과 투쟁력이 있는 것이다. 조합원들도 98년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데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이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정도다."


- 이렇게 안정적으로 교육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은.
"94년부터 축적된 노하우가 아니겠는가(웃음). 다른 노조나 연맹에서도 보고 배우기 위해 참관도 했지만 잘 안 된다고들 한다. 산별 중앙에 대한 집중력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렇게 대중적인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인력과 예산의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보건의료노조가 여성사업장 문화가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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