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에 따라 석 달 째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주)코오롱의 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철광 위원장이 ‘위원장직 사퇴 가능성’을 내비쳐 귀추가 주목된다. 장철광 노조위원장은 지난 21일 대의원 33명 중 27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진행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열린 대의원대회는 일부 대의원들이 ‘집행부 불신임’과 관련한 총회를 소집하기 위해 전체 조합원 900여명 가운데 704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3일 노조 집행부에 전달했으나 노조는 이를 “총회 소집요구가 회사의 지배개입에 의한 것”이라며 거부한 뒤 3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했고, 이마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장 위원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조합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계속 만연해있고 이로 인해 지금의 노조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현안으로 떠오른 집행부 불신임에 대한 사태를 하루 속히 마무리 짓고 정리해고 조합원들의 현장 복귀와 노조 재건을 위해 이같은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10월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라 자리에 연연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심각한 노조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물러날 수는 없다”고 밝혀, 회사쪽의 정리해고가 철회될 때까지는 위원장직을 계속 맡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노조 대의원들이 위원장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노조가 회사쪽의 정리해고에 따른 노사갈등에 이어 이른바 ‘노노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회사측의 정리해고를 왜 막지 못했느냐”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대의원대회는 총회소집을 주도한 상당수 대의원들이 “우리도 해고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을 할 수 없다”고 언급했고, 서명을 주도한 대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사퇴하라”고 압박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장철광 노조 위원장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도 책임을 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 위원장의 이같은 의사표명에 대해 일부 대의원들은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조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의원들이 얼마만큼 투쟁에 지지를 보내주느냐에 따라 위원장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장 위원장의 사퇴 의사 표명은 5월 한 달 동안 본격적으로 전개될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상급단체인 화섬연맹 한 관계자는 “노조의 위기상황에 대해 현 집행부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맹의 기본 입장은 집행부 사퇴가 아니고 정리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투쟁을 계속 전개하는 것”이라며 “회사쪽이 일부 대의원들을 이용해 노조를 흔들고 있는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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