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민주노동당사에서 거점농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빈 몸이었는데, 4개월 사이 짐이 많이도 늘었습니다. 주섬주섬 짐을 옮기는 조합원들의 표정 한구석이 아립니다.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의 민주노동당 거점농성 4개월, 이제 영등포 시설관리노조 건물로 농성장을 옮깁니다.

김혜경 대표와의 마중길, “장소 대준 것 말고 해준 것이 없다”며 김 대표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사무실에서 ‘밥해 먹으며 냄새피운 것이 미안’했고, ‘집에서 사는 것 보다야 아무래도 불편하게 했던 것’이 당직자에게도, 조합원들에게도 맘 한구석 남습니다. 하긴, 중요한 문제가 그것이겠습니까. 이기고 나가는 길이었다면 무엇이 문제였겠습니까.

“질긴 사람이 승리한다.” 김혜경 대표의 마중 길에 조합원들과 당직자들이 함께 외친 구호입니다. 맞는 말일 겁니다. 오랜 시간 질긴 싸움으로 이겨온 것이 노동자니까. 다만, 질기게 버티고, 질기게 싸우는 것이 모질고 어렵기에 모든 노동자가 승리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영등포에선, 비록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마 지나다니던 기자들 보기가 더 어려워지겠죠. 4개월의 외롭고 힘든 싸움이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겨서 다시 인사 오겠다”는 김미숙 노조위원장의 말이 오래지 않은 시간 안에 이뤄지길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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