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협상 합의문을 농림해양수산위 위원들이 열람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한된 열람임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으며,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해 왔음이 드러나고 있다. 4월18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과정에서 내용을 열람한 몇몇 의원들의 질의내용을 보면, 그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우선 중국과의 협상시기를 봐도 한중 양자합의문의 서명일자가 1월30일로 적시돼 있지만 합의문 내용에는 지난해 12월에 양자현안과 관련해 합의가 끝난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2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한 부가합의는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정부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면합의에 대한 의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집트, 인도와의 협상내용을 보면 정부가 밝힌 수입쌀 물량도 현실과 다른 거짓이었음이 드러난다. 2006년부터 북한에 대한 쌀지원 시 이집트, 인도쌀을 우선 구매하는 것에 합의함으로써 국내 쌀도입물량은 정부가 밝힌 7.96%가 아니라 8.18%로 늘어나게 된다. 쌀 재고량이 늘어남으로써 국산쌀값 폭락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도 쌓이고 있는 국내 쌀재고에서 대북 쌀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국내 농민도 살리고 통일시대 농업의 기반을 잡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농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2일 국회 농해수위 업무보고 시 “미국, 중국 등과 큰 틀에서 합의하기 위해 이면합의 또는 쌀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통관절차, 검사기준 완화, 다른 품목 등 부대적인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쌀 이외의 부가적인 합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내용은 전혀 다르다. 아르헨티나와 협상에서도 가금육, 오렌지 등의 수입허용을 위해 위험평가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특혜’까지 베풀며, 수입추진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한 중국산 활돔 활농어에 대한 조정관세를 감축하기로 한 것이 새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활어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협상이 사전에 이해당사자와 어떤 협의와 실사도 없이 추진된 것이다.

새로 드러난 사실을 보며, 참여정부에서 농민은 국민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국내 농민을 보호하며, 국내 농업의 싹을 살려두는 방향으로 협상에 힘을 쏟았다는 흔적을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또한 구태의연한 밀실협상방식과 국민과 국회를 속이기까지 하는 정부의 통상협상 태도에 분노마저 느낀다. 정부는 9개국에 대한 협상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조사 등을 통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농업통상’에 대한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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