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 가지 인상적인 보육관련 뉴스가 있었다.

하나는 여성부가 지난 하반기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보육실태조사에 대한 대략적 발표였고 또 하나는 대구의 24시간 보육시설에서 일어난 어린 자매에 대한 무자비한 학대사건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을 둘러싼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한국사회에 급속도로 닥쳐오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의 출산·육아지원 대책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린다. 미래의 노동력 확보를 위한 지원정책이자 현재의 노동시장 안정과 인력확보를 위해서도 보육정책은 국가의 경제적 기반을 좌우하는 핵심사업이 되고 있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도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전적으로 키워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의지를 강조하고 있고 실제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나 보육예산이 증액됐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지원정책에도 여성부의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보육비용에 대한 높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고, 보육시설이용에 대한 질적 만족감은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실질적인 보육의 질과 아이들의 보육환경을 좌우하는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 또한 너무나 열악한 조건임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보육교사들의 평균 근속수명이 채 3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3년 미만 72%, 1년 미만 32%), 이는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저임금속에 놓여있는 보육교사들의 현실을 보면 뻔한 귀결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어린이집의 추잡한 시설비리와 아동학대 등 아이들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반복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보육예산은 쏟아 붓는데 그 것이 밑 빠진 독 물 붓기로 보육의 공공성을 구축하지 못하고 새고 있다는 뜻이다 .

현 정부의 보육정책은 국공립시설 확충 등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육시설의 공적 지원시스템 구축을 포기하고, 오히려 국공립 등 정부지원시설의 인건비를 삭감해 아동별 지원이란 일면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 등 아동별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지원시설의 인건비 지원 감축 등 보육시설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약화시켜가는 바탕 속에 이뤄지는 아동별 지원은 결코 보육의 질적 개선과 공공성 확보를 이룰 수 없다. 결국엔 시장논리에 의해 대규모 자본을 투여해 겉치레로 부모의 구미를 끄는 화려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유치해서 보육을 영리화 하려는 민간자본에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고, 이는 보육의 질과 안정성의 문제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보육현장은 공공성을 잃고 더욱 영리화, 사유화, 경쟁화 돼 갈 것이다. 물론 그 피해는 보육의 당사자인 부모들과 아이들 그리고 보육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의 한 축은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국가가 직접 개선해가고 책임지면서 보육시설에 대한 국가의 공적책임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보육의 역할과 성격을 보더라도 너무나 분명하다. 알다시피 보육은 비까번쩍한 교재교구나 완벽한 시설과 놀잇감이 대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육은 전적으로 사람의 정서적, 육체적, 지적노동이 아동에게 직접 전달되면서 이뤄지는 온전한 사람중심, 관계 중심의 돌봄노동이다.

정부의 보육정책에 대한 부모들의 실질적 요구는 비용과 질의 문제다. 이는 결국 비용부담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저렴하고 양질의 국공립시설 확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부가 해결해야 할 보육의 공공성의 방향과 과제는 보다 분명해 진다. 아이들과 부모들, 보육노동자가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보육의 공공성이 강화돼야만 우리사회의 미래도 보장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부모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거나, 보육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보육정책의 미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