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정례기자회견이 있다. 기자들이 궁금한 걸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금요일 과천 재경부 기자실은 평소보다 북적대기 마련이다.

지난주에는 최근 주요 이슈로 떠오른 국세청의 외국자본조사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국경제 국수주의' 보도에 대한 입장과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투기성 외국자본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부총리의 입장을 물은 것.

이에 대해 한 부총리는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 강한 어조로 답했다. "한국은 외국과 같이 더불어 살 것이다. 세계화가 한국 경제정책의 핵심임에는 변함이 없다. 외국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받아들여야 한국경제가 발전한다.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이익을 확보했다면 이익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국부유출로 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또다른 질문.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심리지표는 개선조짐이 뚜렷한데 왜 실물지표로는 연결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해 부총리는 '양극화 문제'를 언급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 구조를 깨트리는 데는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외계층을 살피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등 사회안전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부총리가 언급했듯이 양극화 구조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외환위기의 극복과정은 시장개방의 과정, 즉 세계화의 과정과 다름 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를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양극화 문제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비롯됐고 그 핵심이 세계화라면 세계화에 대해 다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 보완책 정도는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전문가인 한 부총리의 머리 속에는 세계화와 양극화가 따로따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국회에서 '엑손-플로리오' 법안 도입이 논의되는 등 현행법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비등함에도 관료들은 '합법적'이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마치 개발독재시대 성장지상주의의 또 다른 현신을 보는 것 같다. 일단 성장하고(열어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해결하자…. 한 부총리의 양극화가 데마고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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