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발생한 전국공무원노조 파업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공무원들의 파업이었다. 50명이 넘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들이 구속되고 400명 이상의 공무원이 파면, 또는 해임됐다.

파업의 중심에 섰다 마지막 수배자로 남았던 김영길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이 지난 8일 연행, 11일 구속이 확정됐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영길 위원장을 만나 짧은 면회시간 동안 현재 심경, 지난 파업투쟁, 그가 생각하는 이후 공무원노조의 모습 등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파업 직전 조선일보의 “주사파” 공세부터 시작해 “국가의 녹을 먹는”, “철밥통 공무원들의 파업” 등등의 언론 공세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정부는 “파업 참가자들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며 강하게 몰아부쳤다.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노동기본권의 절반만 주어진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수용할 수 없었다. 반면 정부는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노조는 파업을 유보할 명분조차도 찾지 못했다.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언론과 정부의 공세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총파업은 3일만에 막을 내렸다.

이를 놓고 당시 노동계 안팎에서는 “파업에 돌입하는 것 자체가 승리였다”면서도 “구체적인 전술부재가 아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파업 평가를 다시 한다면.

“그 당시에는 총파업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였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노동계와 진보진영) 전체의 입장에서는 민주노조라는 이름에 오점을 남기지는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지난해 2월 위원장으로 당선된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공무원 파업을 주도하고 처음으로 공무원의 진보정당 지지선언을 이끌어냈던 그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언제나 노동운동 현장에”

-출소후 재출마 의사가 있나. 향후 계획은.
“어차피 이 바닥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장이든 어디든 필요로 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위원장을 하는 동안 가장 기뻤던 적은.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적은.
“4·15 총선에서 대승했을 때다. 집행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돼 사법처리를 무릅쓰고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를 했고 지도부는 대부분 사법처리됐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10석의 자리를 확보했다. 보수의 '최후보루'인 공무원들이 공개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서 당을 알렸다고 본다.
가장 힘들었던 적은 올해 1월달이다. 부위원장들이 모두 구속되고 파업으로 발생한 희생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기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직 자체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탄압 때문에 희생자구제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대의원대회 개최도 힘들 지경이었다."

김영길 위원장은 ‘임기내 민주노총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14만조직의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할 경우에는 노정관계는 물론, 노동계 내부에도 엄청난 지형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 2월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1년내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기반조성사업을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가입시기나, 가입 자체를 공식적으로 결의하지는 않았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1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2차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노조 내에서 민주노총 지지율이 10%는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력-
1958년
경남 거제 출생
2001년 3월~2002년 2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경남연합 회장
2001년 6월 공무원노조 결성 선언으로 구속
2002년 3월~2004년 2월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장
2002년 12월 공무원조합법 저지 연가투쟁으로 구속
2004년 2월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당선
2004년 4월 민주노동당지지 선언으로 구속
-올해 사업계획에 ‘민주노총 가입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
“지난해 8월26일 민주노총가입결의안이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제출됐다가 부결된 뒤 그 자리에서 ‘2005년도에 상급단체 계획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가입을 결의하거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기에는 민주노총의 지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지형이 좋지 않다는 건 폭력사태 등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파행을 말하는 건가.
“그것을 포함해서 여러가지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던졌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더 하자는 취지로 충분한 교육 등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기반을 닦자는 것이다.”

“양대노총 하나돼야”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파행과 관련해 사석 또는 공석에서 “민주집중제가 파괴되고 있다”며 전노투 등을 강하게 비난하고는 했다. 하지만 몸이 갇혀 공식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말하기가 부담되기 때문인지 말을 아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를 보고 사석에서, 또는 공석에서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지금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잘하고 있지 않나.”

-‘공무원노조가 양대노총 통합 등 노동진영을 재편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안다.
“희망사항이다. 양대노총 지도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에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분열되고 갈라진 노동운동을 하나로 묶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만조합원시대를 열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게 노동계 대통합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 의견을 갖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민주운동 진영의 희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노동운동 현장 내에서도 공무원노조를 그렇게 우호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아직 노동자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대기업중심주의처럼 조합주의, 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을 바꾸는 게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홀가분하다.” 김영길 위원장은 현재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구속과 연행을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다 했다. 파업으로 힘들어진 조직을 다시 세우는데 위원장으로서 할일은 다 했다고 본다. 노조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도 큰 문제는 없다. 현장이 살아 있어야 안에 있는 사람 마음이 편하다. 밖에 있는 지도부가 잘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