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중앙위원회에서 2005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거듭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민주노동당의 2005년 예산은 122억,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여전히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종석 민주노동당 예산결산위원(당 예결산담당 정책연구원·회계사)을 만나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예산안은 휴지조각과 다름없어요. 예산대로 돈이 써지질 않아요. 대의원대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한다는 것은 그만큼 예산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지켜지지 않는 예산은 어떤 권위도 효용도 없는 요식행위죠.”

그는 “예산과 관계없는 사업에 돈을 쓰다가 잔고가 바닥나면, 예산에 있는 사업예산을 신청해도 지급되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면서 “(당대회에서 승인된 사안에 대해) ‘없다고 안 주면 그만 식’으로 돈이 쓰여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근한 예로 정부의 예산운용을 들었다. “정부는 국회에 사업계획은 안 올려요. 예산안만 올리지. 예산안을 보면 무슨 일을 할지가 나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사업계획 따로, 예산안 따로, 집행도 따로 되는 구조예요. 한마디로 '돈 쥔 사람이 맘대로'라는 거죠.”

돈이 왜 부족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써야 할 곳에 돈이 쓰여지지 않는 예산안의 구조였다. 예산이 122억원에 이르지만 사무실 유지, 인건비 등 경상경비 비중이 높아 막상 민주노동당이 하고 싶은 정치활동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믿을 만한 전문가나 교수에게 의뢰해 민주노동당 조직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지역과 중앙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우리의 한정된 자원에 비해 너무 많다면 줄여야죠. 하지만 당원을 조직하고 지역주민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조직을 계속 유지해야겠다면, 당비를 올리든 후원금을 더 걷든 정확한 근거를 갖고 설득을 해야 되는 것이고요.”

이 문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사람들이 성실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이 위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예산은 숫자가 아닌 정치적 판단의 영역입니다. 당 예결산위원회가 예산안 심의 하루이틀 전에 최고위를 통과한 예산안을 받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심의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중앙위와 대의원대회에 예산안이 올라가면 중앙위원과 대의원들은 곁가지 밖에 손댈 수 없게 되는 거죠.”

‘민주노동당의 파산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파산 가능성은 없습니다. 주먹구구라는 게 원래 없으면 안 쓰는 구조니까요. 일을 못하고, 월급을 못주는 일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민주노동당 각 조직과 당직자들은 돈 없는 것에 대한 ‘내성’이 강합니다. 혼란은 있어도 ‘파산’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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