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기(37)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이 ‘새롬이’란 필명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쓴 소리를 쏟아낸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3% 정당으로 회귀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원들의 술자리 안주감이 정권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로 바뀌어 버렸다”는 ‘독설’을 쏟아냈다. 무엇이 김 중앙위원의 입에서 쓴 소리를 쏟아내게 했을까.

김 중앙위원은 기자에게 ‘당 중심성’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초기부터 안으로는 ‘운동권’에 휘둘렸고, 개혁세력으로부터는 비판적 지지를 강요받아 왔어요. 그 틈에서 당을 살려보겠다는 사람들의 생존전략으로 표현된 것이 ‘당 중심성’이라는 말이에요. 창당 후 몇 년이 지나면서 나름의 질서와 관례가 잡혀오고 있었는데, 신임 지도부가 오면서 이게 흔들려 버린 거죠. 현 지도부 중 당 운동을 하면서 커온 사람은 몇 사람 안돼요. ‘당 중심성’이 뭔지 알지를 못하는 거죠.”

그는 그 근거로 지난 3월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를 들었다. 당시 노동위원장 인준건이 부결된 것과 진통 끝에 당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현 최고위원회의 1년을 지켜본 중앙위원들의 위기의식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당의 질서와 관례에 대한 당원들의 위기감과 최고지도부의 위기감의 격차가 존재했고, 이것이 중앙위원들을 '합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게 김 중앙위원 식의 설명이다.

의원단 역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당과 함께 커온,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위기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시기에 전략을 내놓고, 방향을 잡아야죠. 솔직히 최고위원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 3월 중앙위에서 통과된 민주노동당 예산안은 그가 낸 번안동의안이었다. 그가 낸 번안동의안은 ‘지도부가 밉더라도 지역에서 2%씩 깎아서 중앙당에 보태자’는 것이 요지였다. 재정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어차피 재정 문제는 당원들이 해결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올바르죠. 일을 잘하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리 당원들 돈 냅니다. 문제는 일을 잘 못 풀고 있고, 맘에 안 든다는 것이죠.”

그에게 민주노동당의 정파에 대해 안 물어 볼 수 없는 일. 그는 “민주노동당의 정파는 운동권을 빙자한 출세주의자들의 모임”이라면서 “과거 운동권 정파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 인사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가 다른 당처럼 선거 졌다고 지도부 바꾸면 되겠습니까. 그럼 인물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수밖에 없어요. 시스템 속에서 사람을 키워야죠. 당직·공직 선거에 나올 사람들, 선출된 사람들의 활동과 발언을 기록하고, 재산을 공개해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원들이 판단을 하고, 책임을 지죠.”

김재기 중앙위원은 98년 국민승리 때부터 ‘민주노동당호’를 탔고, 창당 즈음부터 중앙위원을 해왔다. 그가 쏟아내는 특유의 ‘독설’이 입에 쓸 수도 있고, 틀릴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위기감’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쉬 넘길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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