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친구들이 몇명 있다. 기자 박봉에 비해 월등히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면 늘 그 친구들이 술값을 낸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친구들의 푸념을 들었다.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모 외국계 금융회사의 회계사 월급이 자기 월급의 4배인 2천만원이나 된다는 얘기였다.

지난 11일 일본에 가 있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외국자본에 대해 무조건적 비판은 곤란하다”며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외국자본 규제움직임을 비판했다.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 자리였으니 외국인들을 상대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한 부총리의 발언은 노회한 ‘립서비스’ 차원에서 나왔다기보다 어떤 신념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보는 이를 우려스럽게 만든다.

외환위기 당시 제일은행 매각의 최고책임자였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기대했던 선진금융 기법도 없었고 제대로 된 매각도 아니었다며 솔직히 잘못을 시인했다.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 실무책임자였던 윤증현 현 금융감독위원장 역시 외국자본에 대해선 산전수전 모두 겪은 인물이지만 현재는 '5%룰'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청와대도 투기성 외자의 폐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유독 상공부 출신인 한 부총리만은 외자를 감싸지 못해 안달이다.

한 부총리 말처럼 위기 당시 국내자본이 투자를 꺼릴 때 외국자본이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를 거둬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니다. 위험부담과 손익 등 철저히 이익계산을 끝낸 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국부유출, 성장잠재력 훼손 등 또 다른 위기의 징후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로로부터 자산매각을 의뢰받은 골드만삭스가 오히려 의뢰자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차익을 거둬가고, 도무지 정체를 알 길 없는 칼라일, 뉴브리지캐피탈, 론스타 같은 투기펀드들이 국가의 기간산업인 은행을 샀다 팔았다 하며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이러한 상황을 합법, 적법이란 용어로 치장하는 것은 어딘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외자가 빠져나간다면 그것은 더이상 수익이 보이지 않을 때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회계사가 국내 회계법인보다 4배 이상 연봉을 챙길 수 있는 이유가 과연 회계사들의 실력차에만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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