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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파업 사실상 철회회사 초강경대응에 백기…박사장 권위 하늘찌를듯
마주보고 달리는 두 개의 기관차처럼 충돌이 불가피해보였던 한국방송공사 노사가전면파업 돌입 몇시간전에 싱거운 합의로 눈앞의 파국만은 피하게 됐다.

방송공사 노사는 26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물밑 협상에서 끝내 의견일치를 보지못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이날 밤 11시께 결국 노조가 파업과 사장신임투표를거둔다는 것을 전제로 회사와 조건없이 교섭에 임하기로 합의했다.

경영진과 노사가 거듭된 협상에서 서로 양보하지 못한 것은 `파업 철회냐유보냐'의 문제.
경영진은 파업철회가 전제되면 직권면직된 현상윤 위원장과 김수태 부위원장에대한 복직 추진과 고소·고발 등을 취하하고 교섭에 들어갈 수 있다는 태도를지켜왔다. 노조는 교섭전에 파업철회는 노조를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나다름없으므로 파업철회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양쪽이 `철회'대신 `거둔다'라는 표현으로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로부터 직권면직 철회와 고소·고발 취하 등을 전혀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을 미뤄 결국 회사의 초강경 대응앞에 무릎을 꿇은것과 다름없다.

이를 계기로 방송공사 노사관계에서 힘의 중심은 경영진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분명해보이며, 노조는 존립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끊임없이 박권상 사장의 독선과 아집·편중인사·개혁성 실종 등을문제로 삼고, 노조를 대화의 당사자로 삼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이번사태로 박 사장의 권위는 `하늘을 찌를듯' 강력해졌다.

노조의 굴복은 역시 회사의 초강경 대응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회사는노조의 파업돌입을 앞두고 파업 참가자 무노동·무임금 적용, 인사상의 불이익예고, 시말서 제출부터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임 파면에 이르는 징계 검토, 전원의법처리 등 방송공사 노사관계에서 이례적으로 강력한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이대로는 노조가 깨진다'는 판단에서 저항감을 느낀것이 사실이지만, 파업참가 이후 입게 될 `외상'에 대한 `공포감'을 억누르기엔부족했다는 해석이다.

이런 정서는 일반 조합원보다 집행부와 중앙위원회 등 지도부에서 더욱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지도부는 회사가 파업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동안에도 파업지침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따라`결사항전'할 것 같던 노조의 감정적이고 약한 모습에 대한 조합원의 불신은노조에 대한 무력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어 방송공사에는 당분간 회사쪽이주도할 `새로운 노사관계'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애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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