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과 관련해 최근 우리사회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급식을 도대체 누가 도와줘야 하는지 문제가 되고 있다. 아직 혼자 식사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어린 초등학생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그 누군가가 왜 여성인 엄마이어야 하는가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현재의 엄마 위주의 학교급식당번제의 유지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이 ‘봉사’라는 미명하에 자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모성과 자녀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사나 학교의 권위의 산물로 강제적으로 적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초등학생 학교급식은 저학년 학생의 엄마가 한 달에 1~2회 당번을 정해 순번대로 학교를 방문해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 위주의 당번제도의 근저에는 무엇보다도 급식은 여성이 가정에서 하고 있는 식사준비를 포함한 가사일과 그 내용이 유사해 당연히 급식당번은 여성이어야 함이 암묵적으로 전제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아빠 당번도 증가하고 있지만 당번제가 실시되고 있는 또 다른 배경에는 ‘집에서 놀고 있는’ 여성의 잉여노동을 활용해 보자는 의도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집에서 한가롭게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업주부는 일부에 국한된다고 볼 수 있다. 한가한 전업주부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는데 많은 연구들이 가전제품의 발전에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가사일로 인해 가사노동시간이 감소하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여성이 급증해 급식당번으로 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 직장생활에서 아이 학교급식을 챙기기보다는 회사로부터의 눈치와 해고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다. 아빠 당번도 여기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당번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자매까지 동원해 보지만 그나마 ‘여유 여성노동력’이 주변에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들 ‘여유 여성노동력’은 한국의 취약한 보육시설로 인해 자신의 자녀는 물론 손자의 양육을 도맡은 사람이고 양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자의 학교급식에 동원될 수 있는 잠재노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주변에 도와줄 사람조차 없는 경우는 당번도우미를 고용해 학교에 파견하게 되는데 1만5천~2만원하는 비용이 저소득층 가정, 여성의 일당이 2만원대인 현실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학교에서 여성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은 단지 급식당번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커튼 빨기, 비품 갖추기, 환경정리 등 각종 학교일이 다양한 학교 내 모임을 통해 엄마의 손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때론 각종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자회까지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행사를 도맡아하는 사람은 주로 전업주부이므로 학교에서 엄마에게 요구하는 노동이 많아질수록 전업주부와 취업여성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봉사’라는 미명하에 시행되고 있는 급식당번은 사실 강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의 당번폐지 움직임에 대응해 제안한 방법 중 하나인 자율적으로 학부모, 지역사회 등에서 봉사자를 모집하고 학급당 배분하는 방안을 실시한 학교의 현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방안을 시행한 학교에서는 기존의 당번제보다 훨씬 적은 수의 봉사자가 자원해 급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당번을 하지 않으면 담임교사에게 ‘찍혀’ 아이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서 당번제가 유지돼 왔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식사를 지원하기 위한 엄마급식당번제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분위기 속에서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나 학부모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새로운 방법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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