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방송위원회 지상파DMB 사업자 최종 선정으로 본격적 DMB시대가 막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생소하기만 한 방송통신융합서비스. <매일노동뉴스>가 방송통신융합서비스의 개념에서부터 현재 논란 중인 관련 법안과 정책, 대안과 전망을 짚어보았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도대체 DMB가 뭐야?
방송통신융합정책, 공공성과 산업논리 사이에서 ‘아슬아슬’
전망과 대안은?

전문가들은 방송과 통신이 결합되는 미디어융합으로서 DMB의 출현은 사회·문화적인 변화 뿐 아니라 개인생활 전반에 '혁명'을 동반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방에 있던 TV가 '내손'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DMB시대는 전화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었던 ‘핸드폰’의 등장 이상의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는 것.

전자통신연구원은 지상파DMB의 광고수입과 위성DMB의 이용료를 합한 DMB서비스부문 매출액이 올해 301억원에서 출발해 6년 뒤인 2010년께는 1조2,757억으로 43배 가까운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수출과 내수를 통한 DMB산업은 2010년까지 12조1,932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4조7,899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에 이어 8만7599명의 고용 유발효과 등 산업 전반에 걸치는 파생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부를 만하다.


이러한 DMB산업의 최대 수혜자로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국과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 그리고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방송통신융합서비스 시장은 이들 거대기업들의 각축전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채널도 지상파DMB 28개, 위성DMB 38개 등 66개가 더 늘어나게 된다. 최근 몇년간 뉴미디어 등장으로 기존 공중파 채널에서 케이블채널 70여개가 추가되었고, 디지털 위성방송으로 117개 채널이 더해져 DMB가 상용화되는 올해 말에는 200여개에 가까운 다채널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 가운데 TV채널만 150여개에 이른다.

게다가 2~3년 이내에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IP-TV와 WiBro(무선 인터넷)까지 현실화되면 또 얼마나 많은 방송 채널이 생겨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융합시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그러나 이렇게 채널이 늘어나고, 방송통신융합서비스가 본격화된고 우리의 삶의 질도 그만큼 높아질까?

사실 방송통신융합서비스의 등장은 정보화 격차(digital divide)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숙명여대 강형철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송통신융합서비스와 같은 ‘디지털화로 인한 다채널’의 혜택은 ‘경제적 강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단언한다.

강 교수는 “다매체가 소구대상으로 하는 계층이 주로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 까닭에 거꾸로 비중이 점차 늘어가는 노령인구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소득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화 격차는 지식근로자와 단순근로자 계층의 임금 격차로 이어져 빈부격차를 더 확대시키는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음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아울러 방송통신융합시대가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방송통신 융합으로 인해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 프로그램이 기존 지상파 방송의 ‘재탕’이거나 질 낮은 프로그램의 반복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TU미디어가 지상파DMB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지상파 재송신이 가능해야 한다’고 떼를 쓰고 있는 사실은 이같은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

특히 시청률 지상주의는 방송통신융합시대 들어 한층 더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와 케이블TV를 합쳐 지난해 기준으로 약 2조6,100억원(제일기획 집계)에 달하는 방송광고시장을 놓고 방송 매체들이 ‘약탈적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시청률 말고 달리 광고주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

수용자주권을 찾아나선 사람들

그러나 이 가운데에도 ‘방송통신융합시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언련 등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방송-통신 융합과 뉴미디어의 출현 과정에서 수용자들의 입장은 도외시 된 채 국가정책의 객체로 전락해 있다”며 ‘수용자의 주권’을 요구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연히 나와야 할 목소리다. 이들은 "앞으로 수용자주권을 지키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받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단체는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매체들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관장하는 국가정책은 이러한 뉴미디어의 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더군다나 관련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수용자의 입장은 쏙 빠진 채 자본과 시장의 논리만이 횡행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문화연대, 언개련, 미디액트 등이 참여하고 있는 '미디어정책포럼'도 29일 뉴미디어 난개발과 배제된 수용자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일반 시민들이 DMB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이, DMB 사업자가 선정되는 등 뉴미디어 정책에 있어 미디어의 수용자이자 주권자인 시민들의 '알 권리 및 참여의 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국가와 언론, 자본 등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뉴미디어의 도입과정에서 기술표준 선정, 통신 및 전자 업체의 요구, 시장확대 예측, 시장 차별화, 수익창출 구조, 고용창출 등에 대한 논의만 무성할 뿐, 미디어로서의 '공공성'을 논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며 "사실보도를 통한 사회 전영역의 감시, 여론형성의 역할과 사회 공익을 위해 문화적 다양성 추구, 정보와 건강한 오락 제공 등 뉴미디어의 미디어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뉴미디어가 미디어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은 "뉴미디어가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로서 공공적 성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수용자들의 참여와 발언을 최대한 보장하고,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참여와 인권' 이라는 측면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뉴미디어-수용자 간 의사소통구조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사업자 중심의 방송통신융합서비스 논란이 수용자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달 초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는 “실제 DMB에 대한 수요는 불투명하며 이동통신사들이 과대한 자금을 투자한다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했다.

실제로 DMB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정착되기도 전에 방송통신융합매체가 국민을 상대로 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가 높다.

미디어가 국민의 손에 있지 않을 때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폐해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비단 방송통신융합서비스 뿐 아니라 도래하는 모든 뉴미디어가 ‘신기술’ 혹은 ‘산업발전’으로 포장되어 ‘미디어’라는 본질은 왜곡된 채 자본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정통부, 방송위원회 등 관계당국의 신중함과 분별력이 요구되는 때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