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8월 미국 연방알선조정청(FMCS)의 주관 하에 시카고에서 노사정 대표 1,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박3일 동안 개최한 ‘전국노사관계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슈페리어호수 주변의 북부 미네소타주 지방과 북서부 위스콘신주에 있는 노사대표들이 슈페리어 지역 노사협의회를 결성, 상호 협력해 온 사례를 발표하면서 참석한 노사정 대표들에게 “모두 일어나 우리 모두 춤 한번 추고(get up and boogie) 논의 합시다"라고 제의해 참석자 모두가 일어나 손잡고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2월 전경련에서 500개 주요기업의 인사노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업체의 44.9%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경총의 유사한 조사에서 61%가 불안할 것으로 전망한 것과 비교할 때 최근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이 매우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실제로 비정규직법안 처리문제 등과 노사정 전체로 보면 갈등요인이 적지 않지만, 일선 산업현장에는 갈등과 대립 대신에 노사가 상생하고, 협력하는 사례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사가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 파업은 결국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그간의 경험, 고용안정이 우선이라는 실리적 이유, 노사안정을 바라는 국민여론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정유업계 최초로 20일간의 파업을 하여 600억원의 손실을 초래하고, 다수가 징계되는 아픔을 겪은 G정유의 경우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노조가 먼저 올해 임금협상 권한을 회사쪽에 일임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H반도체와 D건설 등의 경우 지난해 최대의 실적을 냈음에도 대내외 경기상황 악화 등 경영환경이 불안한 점을 고려해 회사쪽에 임금협상을 일임하는 등 적극적인 노사협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유명한 페인트 생산업체인 D회사는 외환위기 당시 30%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경영환경이 개선되면 이들을 복직시켜 줄 것을 요구했고, 이후 이 약속을 지키는 등 노사신뢰를 바탕으로 임금협상을 7년째 노사 협의차원에서 마무리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굴지의 L전자, D제강 등이 10여년 이상 임금협상을 화기애애한 가운데 타결하는 등 노사가 과거 파업에 대한 반성 또는 노사상생을 위해 손을 맞잡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사협력 사례들을 접하면서 우리 노사관계에도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끼면서 완연한 노사관계의 봄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정부는 노사협력 분위기가 우리 산업현장에 보다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해나갈 방침이다. 우선, 노사가 자발적으로 노사협력프로그램을 만들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노사관계발전프로그램 재정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62개 프로그램에 20억원을 지원했던 것을 올해는 107개 프로그램에 40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지원규모를 두 배 늘렸다. 올해 참여한 노사의 경우 기업단위에서 노사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단위에서 다수의 노사가 공동으로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고자 참여하는 곳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노사관계 전문가가 해당 사업장의 노사관계 전반을 진단한 뒤 개선방향을 제시해 주는 컨설팅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앞서 가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다양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홍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노사협력이 달성될 수 없다. 진정한 노사협력은 노사당사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의지와 실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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