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제2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가동해 재정안정화 도모 등을 뼈대로 하는 산재보험제도를 혁신하겠다고 하고 국회에서는 장복심 의원 등 여당의원들이 산재보험을 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과 심사를 일원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통해 산재보험제도 혁신이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아직도 대다수의 노동자가 산재치료를 자유로이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더구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부터 작업관련성, 질병명, 요양기간 등에 엄격한 내부지침을 마련해 이미 불승인 남발과 강제치료 종결을 서슴지 않고 있다)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와 장기요양 문제를 핵심 내용으로 잡고 효율성을 빌미로 보상과 치료기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혁신의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심사일원화 입법예고안 역시 산재보험을 민간 자동차보험과 동일시하며 나이롱 환자가 많아 치료기간이 길고 진료비도 많이 발생하므로 진료비 심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심사평가원으로 통합을 통해 의료비를 절감하자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을 책임져야할 노동부와 정부는 그 책임의 일차주체인 기업에 작업장 안전보건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재노동자의 감시·관리를 통해 보장과 인정을 축소해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검찰 주장과 경총 5·17선언의 닮은꼴

산재요양이 장기화되는 원인을 요양중인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로 찾고 심사일원화를 통해 강제요양종결을 법제도화시키겠다는 발상인데 얼마 전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둘만한 수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울산지검은 이중취업 문제로 울산지역 근골격계 요양자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언론에 따르면 근골격계 요양문제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풍문으로 떠돌던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요양중인 노동자의 절반 가량이 엉터리라는 추측기사를 통해 요양노동자 전체의 권리와 명예를 실추시키고,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나아가 노동부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장기요양자의 휴업급여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키는 등 산재보험법을 개악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기사의 주요내용은 '엉터리 환자', '요양 중 산재보상보험법 위반 혐의', '휴업급여 과다지급 단협', '인정기준과 재취업 의혹', '현자의 경우 연간 1,200여명 중 절반가량이 엉터리 환자', '보험재정 고갈 원인', '엉터리 진단발급관련 병의원 수사 확대'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근골격계 환자에 대한 '나이롱 환자' 운운, 휴업급여 보전 과다, 요양장기화 문제, 인정기준 개악 등을 주장해온 경총의 '5.17선언'과 신기하리만큼 매우 흡사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최근 입사비리 등 노조간부 및 활동가들의 비리문제를 소재로 한 공격과 같이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주의 부각과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시도와 개별 요양자들의 부도덕성으로 전체 요양자들을 매도하고자 하는 정부와 경총의 노림수를 알 수 있다.

산재노동자 감시·관리 통해 보장·인정 축소 의도

이러한 경총의 5·17선언이 구체화되고 있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총자본은 이를 통해 노동(조합)운동과 노동안전보건운동 주체들이 치료 중심, 개인 중심, 단위 사업장 중심, 결과 중심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도덕성 흠집 내기를 통해 전체 노동자운동의 계급성을 탈각시키고 힘의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엄격한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강제요양기간 설정', '휴업급여 하향화' 등의 시도를 통해 현장투쟁과 실천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의 근본원인인 노동강도를 저하하려는 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최근 자본과 정부의 일련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건강마저 철저한 자본의 이윤에 맞춰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산재보험제도마저 개악해가고 있는 현실은 계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산재보험제도 개악에 대한 본질을 폭로하고 개혁하는 일은, 요양자들을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일, 치료중심이 아닌 노동보건에 대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힘의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현장통제력의 여부와 함께 기획되고 실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해 7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법제화를 획득했으나 전방위적인 공격과 개악시도로 후퇴하고만 현재의 상황을 계속적으로 되풀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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