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에서 가장 큰 지부인 서울대병원지부가 결국 산별노조를 탈퇴했다.

지난해 6월23일 보건의료노조는 보름여간의 산별총파업 끝에 산별협약에 잠정합의했다. 뒤이어 서울대병원지부는 “노동시간 단축, 임금 등은 지부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는 내용의 산별협약 10장2조 폐기를 지부파업 과정에서 전면적으로 요구하고, 7월29일에는 조건부 산별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이미 잠정합의안이 파업농성장인 고려대에서 두 번의 투쟁본부 회의와 한 번의 대의원회의를 통과한 뒤였다.

이어 8월2일 잠정합의안은 78%의 찬성률로 통과됐으며 8월17일 정식으로 조인됐다. 반면 같은 달 29일에는 서울대병원지부뿐 아니라 민주노총 산별연맹 관계자들까지 참가해 10장2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가 열리는 순간, 의도야 어떻든 노동계 정파갈등으로 번졌다.

지부장에 대한 징계사유가 확정되고 보건의료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10장2조를 폐기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두 번이나 안건으로 상정된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서울대병원지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장2조의 쟁점을 굳이 정리하자면 산별협약이 ‘반드시 최저기준협약이 돼야 하느냐, 마냐’의 차이였다. 노동계 내부는 물론 학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 있는 논리를 펼쳤지만 어느 쪽이 옳은 지는 실질적으로 검증되지 못했다. 산별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과연 '산별협약'이 최저기준인지 통일(우선적용)기준인지 충분한 논의를 거쳤어야 함에도 논란 초반부터 ‘조건부 탈퇴’라는 초강수를 둘 필요가 있었을까. 또한 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공식 회의체제를 거친 이 결정을 뒤집기 어렵고, 서울대병원지부도 조합원 투표까지 거친 ‘조건부 탈퇴’를 철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과적으로 산별노조 건설 뒤 6년 동안 직권중재의 고통 속에서 일궈낸 첫 산별협약은 생채기를 입었다. 병원노련 때부터 산별노조 건설까지 서울대병원지부가 쌓아온 명성도 상처를 받았다. 반면 산별노조와 산별협약에 대한 건설적인 연구와 토론은 사라졌다.

9개월 동안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대중조직 운영과 민주집중제, 정파운동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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