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한민국 노동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고용문제다.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에게 큰 질병이나 사고당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무사히 직장생활을 마친다는 것은 소박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꿈이 돼버렸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고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도 평생학습법까지 제정했지만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향후 노동문제의 핵심은 고용이며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적 과제가 돼야 한다.

노동부가 지난 24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보고를 보면 3대 목표 9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9개 과제 가운데 5개 과제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고용관련 과제인 만큼 고용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노동부는 업무보고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고용지원 서비스를 혁신하고 선진형 신일자리를 창출하며 고용형태를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더 ‘나은 일자리’ 제공을 위해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기본적 근로조건을 보장하며 차별시정 및 격차완화를 주요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노사관계 안정과 이를 위한 노정업무를 핵심과제로 삼던 과거의 정책에서 탈피하는 조짐으로 해석한다면 섣부른 일이 될지 모르겠으나 고용이 우선순위가 된 것만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노동부의 정책방향이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활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욱 보완되고 발전돼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노동자들의 관심사는 일자리 창출과 아울러 양질의 고용인 바 업무보고에 나타난 선진형 일자리로서 사회서비스분야의 고용창출이 더 나은 일자리로 연결될 지는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되는 사회적 일자리는 고용량을 늘리는데 기여했을지 모르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공급을 직무나 성과급으로 유도하고 고용상의 규제를 완화해 나간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노동부의 더 많은 일자리가 더 나은 일자리에 역행하는 불안정 고용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차별을 시정하고 격차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비정규직 고용개선 5개년 계획을 내년부터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올해부터 즉시 실시해도 늦은 감이 있는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내년부터 그것도 5개년 계획으로 2010년까지 실시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정권이 바뀌고 경제환경이 바뀌면서 정책 집행의 조건도 변화할 텐데 고용개선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려하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정책은 매년 되풀이 되는 내용으로 임금삭감의 빌미만 제공했을 뿐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으로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고 기업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가 고용탄력성보다는 비용절감임이 명백한데 이러한 기업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임금격차 완화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특히 차별시정 및 격차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 정책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

참여정부의 5대 차별시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외국인노동자 정책은 지난해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제도적 틀을 갖춰가고는 있으나 개선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연수생 제도를 즉시 폐지하고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문제가 해소돼야 외국인노동자 정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동부의 올해 업무추진계획은 더 나은 일자리의 창출이 아니라 비정규의 확산과 불안정한 고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악이고 유연성은 선이라는 사고에 기반한 고용정책은 고용안정과 거리가 멀다. 고용의 증가가 불안정고용과 저임금의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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