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계속되고 있는 사회적 교섭 논란. 세 번의 대의원대회 파행과 두 번의 폭력사태에 이르자 민주노동당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 공식 입장을 내 폭력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세 명의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국회의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민주노동당도 사회적 교섭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집행부든 반대쪽이든 어느 한쪽의 손을 든다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주대환 정책위의장이 <매일노동뉴스>에 사회적 교섭, 노동운동 위기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주 의장은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개인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주 의장은 노동운동 위기 및 노동계 분열과 관련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일정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이른바 ‘중앙파’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전달했다.

이른바 범좌파로 분류되는 쪽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회적 교섭 방침을 반대하고 있으며 주 의장은 범좌파 쪽의 지지를 받으면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더구나 자신의 운동적·정치적 경력 모태인 ‘진보정치추진연합’ 출신 활동가들이 전진에 상당수 포함돼 있는 가운데 나온 주 의장 발언은 더욱 주목된다. 주 의장 인터뷰는 지난 23일 당사 근처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이수호 집행부를 믿어야 한다”

“현재 계급투쟁이 굉장히 수세적이기 때문에 대표자회의든지, 노사정위원회든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밀리고 있으면서 대화도 안 한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끝나도 좋다는 말인가.”

주대환 의장은 사회적 교섭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적 교섭 찬반에 대한 입장을 쉽게 밝히지 못하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최고위원이자 정책위의장의 이런 발언은 첨예한 쟁점으로 대립하고 있는 민주노총 내 특정 세력에 손을 드는 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 의장은 “이수호 집행부를 믿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민주노총의 조합원들과 대의원, 간부들이 현 집행부를 믿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 왔다”며 민주노총 내에 퍼져 있는 각 정파간 ‘불신’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교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중앙파'는 불신을 계급의식으로 혼동하면 안 된다"

주대환 의장은 이른바 ‘국민파’로 불려지는 민주노총 내 세력에 대해 “노동자들의 소박한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자가용 타고 주말에 가족들하고 놀러가고, 임금을 많이 받는 재미도 들이고. 한국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활에서 나온 정서라는 게 있다. 그들은 집회에서 80년대의 과격한 구호도 외치지만 가족들과 적당히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덜 똑똑하고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그게 노동자 대중의 정서이고 국민파는 그것을 대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싸움하면 중앙파가 이기지만 투표하면 국민파가 이기는 거다.”

우리나라 노동자 대다수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국민파’에 대한 ‘중앙파’의 불신과 불인정이 민주노조운동 내의 분열과 위기를 증폭시키고, 최근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에게 세상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 것이야말로 '중앙파'의 가장 큰 오류이자 과오"라고 말했다. "불신을 계급의식으로 혼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수호 집행부의 모든 것이 옳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신뢰조차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임금협상할 때 (국민파에 비해서 중앙파가) 좀 더 전투적이라고 말하면 된다. 그 정도의 이야기만 하면 될 것을 계급의식이니 계급투쟁의 전략전술이니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포장한다."

주 의장은 "내용으로 들어가면 중앙파나 국민파나 사회민주주의의 좌파나 우파 정도의 차이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국민파는 누구와 내통하고 어디의 이중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박하고 의식이 약간 낮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신을 계급의식으로 포장하고 계급의 적에 대한 증오감이 아니라 동지들에 대한 증오감으로 조직하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나?"

주 의장은 최근의 대립에 대해서도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파는 중앙파를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자신들을 인정 안 해주니 함께 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이기기 위해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쪽과 손을 잡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필요”

이처럼 서로를 불신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국민파와 중앙파의 차이를 찾기 힘들다는 게 주대환 의장 생각이다. 특히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서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앙파는 입을 다물고 있다. 원칙적으로 대화는 해야 되지만 지금은 조건이 아니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조건을 따지기 위해서라도 (노사정이) 만나야 한다. 또 그런 정도의 의견이라면 국민파하고 토론을 해서 입장을 좁혔어야 했다. 함께 했다면 이렇게 (민주노총이)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서 사회적 교섭을 위해 이수호 집행부를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 주대환 의장은 노사정 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말했다. 특히 “(비정규법안 같은) 노동법 처리에서는 노사정간의 대화가 의회 내 토론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비정규보호법안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노사간에 합의를 하면 정당이나 정부는 추인만 하면 된다. 국회 공간에서 노사가 합의할 수 없으니까 노사정 만남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양대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요청했고 경총이 비정규법안을 의제로 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대표자회의에서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거기에서 독소적 조항을 손 보면서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정책위의장으로서 의원10명이라는 당의 한계를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당으로서는 의원 10명이 몸으로 막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정 대화의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당과 민주노총이 그 다음 싸움을 준비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주 의장의 생각.

그는 또 “당내 의원들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라든지, 절차적인 얘기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내 의원들이 노사정 대화 및 비정규법안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식 절차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가져다 준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인적인 활동이나 의견을 드러내기 힘든 당내의 경직된 분위기도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꺼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파-국민파 손 잡아야”

앞서 중앙파와 국민파 간의 불신을 비판했던 주 의장은 유럽 공산당과 사회민주당 사례를 들며 상호인정을 강조했다. 사회민주당을 파시스트들의 이중대, 계급의 적으로 규정했던 게 당시 공산당의 전략적 오류였다는 것. 그 결과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의 극심한 분열은 파시스트의 집권으로 나타났다.

“상호인정해야 한다. 특히 중앙파가 국민파를. (국민파에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있다. 서로가 상식을 벗어난 쪽과 손잡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사회적 교섭 문제만 봐도 큰 차이가 없지 않은가.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그 거품은 불신이고 불인정이다.”

주 의장은 평소에도 “중앙파의 '머리'(정책생산력)와 국민파의 '발'(현장장악력)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중의 정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조금 알지 못한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그 사람들이 바로 노동조합이고 대중이다. 주변이 없고 능력이 없어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그 정서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앙파는 영원히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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