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지난 17일 당 대표 기자회견을 열어 각 정당에게 비정규법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정부법안의 문제를 낱낱이 밝혀 '진상을 알리자'는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당은 또 이날 “전당적으로 비정규법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회견은 정부의 ‘비정규보호법안’과 민주노동당의 ‘비정규권리보장법안’을 모두 공론화시켜서 4월 국회에서 정부법안의 강행처리를 저지하는 명분을 쌓는 동시에 어떤 법이 진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차별을 없애는지 국민들에게 알려 여론의 지지를 얻자는 전술 속에서 나왔다.

하지만 의기양양하게 선전포고를 한 민주노동당은 일주일이 지난 23일 현재까지도 각 당에 ‘선전포고’를 담은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22일 오후 최고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이를 지적하자 부랴부랴 공문 작성에 들어갔다.

외부용역을 주기로 한 비정규법 설문조사도 지난 22일에야 최고위원회에 보고된 뒤 갓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당 지도부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각 방송사 사장단 등을 만나 “민주노동당의 방송출연이 뜸하다”고 협조를 요청하며 “비정규직 문제 토론프로그램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정도 활동이 ‘비정규법 선전포고’와 관련한 ‘실천’의 전부인 셈이다. 그리고 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독도’를 다녀왔다.

의원단 차원에서의 대응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23일 각 정당 수석부대표들을 만나 “이달 안에 5당 정책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하고 “정책협의회에서 최우선 의제로 비정규법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3일은 당 대표 기자회견으로부터 이미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정책협의회는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따라서 다음달 6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개회되기 전까지 ‘정당 토론회’를 준비하고 성사시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토론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도 낮다. 토론을 거부하면 “여야는 대화를 기피하고 법안을 강행처리 하겠다는거냐”고 항의하며 맞받아칠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전당적으로 대응한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일주일 동안 ‘공론화’를 위한 ‘실천’을 거의 하지 않은 셈이다.

말만 앞서고 실천이 없으면, 그 말의 진정성도 의심받는 법이다. 더구나 당 대표가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대외에 공표한 ‘전당적인 사업’마저 이렇게 ‘취급’된다면 당이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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