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제정과 관련한 전국민적 분노가 들끓으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보수-진보 구분 없이 각종 항의 및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노동당 또한 16일 논평을 통해 독도 국군주둔을 촉구하는 한편, 21일엔 당 지도부가 독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전 당직자가 당의 독도 관련 대책이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일부의 감정적 대응에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무능한 태도”라고 지적하며,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상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전 당 대변인(현 서울강북구지역위원장)은 17일 당원토론게시판에 올린 <‘독도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올바른 태도>란 제목의 글을 통해, 당 지도부의 독도문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수정당과 차별 없는 진보정당의 태도와 입장이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며 “민주노동당의 원칙 없는 태도와 내부분열이 당의 몰락 뿐 아니라 한국의 불행일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변인은 “고유영토에 대한 일본 우익의 억지 주장에 모두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정부와 정치권 및 몇몇 단체가 보여 주고 있는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일본 우익들이 일본인들을 선동할 빌미만 제공할 뿐, 전혀 일본을 아프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은 이에 “민주노동당의 분노 방식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영토문제는 우익에게는 자국 내 민중을 선동하고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좋은 소재이지만, 역사적으로 영토문제가 파멸적 전쟁의 결과를 가져와 해당국 노동자와 민중들 모두에게 불행이었던 점 때문에 좌파 정치세력에게는 곤혹스러운 문제”라며 “그만큼 조심스럽고 원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이 강조한 “국가간 문제에서 우리 좌파 정치세력들,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분명한 원칙”은 “국제연대”로 “자국 내 우익 폭력주의자들의 국가간 충돌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과 ‘민족’이란 울타리를 넘는 단호한 입장과 행동”이다.

박 전 대변인은 이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취했어야 할 태도는 “일본의 양심은 일본 노동자 민중에게 ‘왜 이런 분란이 일본인들에게 부끄러운 짓이 되고 있는지 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침묵을 벗어던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일본인들이 우익의 소리를 외면하고 그들의 정치적 기반을 허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들의 21일 독도 방문계획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특히 지도부가 경북 영양 농협에서 “한국인의 매운 맛을 보여 달라”며 제공한 10㎏ 가량의 고춧가루를 전달할 것이란 언론보도에 대해선 “전혀 진보정당 답지 못한 기대 이하의 발상”이라 혹평했다.

박 전 대변인은 “지도부가 독도를 방문해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고춧가루를 전달하겠다는 퍼포먼스 기획은 안타깝기까지 하다”며 “혹시 방송용 카메라와 신문기사 사진 한 컷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보정당의 지도부가 기껏 시민단체가 해도 될 만한 퍼포먼스로 이 문제에 대한 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를 민중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중의 입맛에도 안 맞는 즉자적인 결정”으로, “누군가 국수주의적인 태도 아니냐고 한들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변인은 국제연대의 방향 또한 제시했다. 그는 “군국주의 세력에 의해 일본인 전체가 인류 앞에 죄를 지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일본 내부의 양심세력과 좌파정치세력들이 나서야 한다”며 “일본 사회당과 공산당에게 일본 내 우익세력의 독도문제 주장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을 민주노동당은 요구하고 연대계획을 제안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은 좀더 구체적으로 “독도문제에 대해 조선사회민주당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함께 일본내부에서의 적극적인 투쟁을 독려하는 노력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며 “일본 공산당과 사회당에 국제연대의 정신과 양국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우선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것”과 “일본 내 진보적 단체와 노동조합들이 함께 우익들의 발호를 막아내기 위해 내부 투쟁을 전개할 것”을 당이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현 대응방식을 보고 있자면 “박정희랑 닮았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인제가 97년 대선에서 독도를 방문해 만세를 불렀던 모습이 떠올라 민망할 지경”이라며 “진보정당임을 자부하고 좌파정치세력임을 분명히 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그저 299명 의원들 중 한명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고 개탄했다.

박 전 대변인은 또한 “원칙 없는 노선변경이 일본 사회당 공산당의 분열과 몰락을 가져왔고 사회당, 공산당의 몰락과 좌파세력 없는 오늘날이 일본의 불행이듯이 민주노동당의 원칙 없는 태도와 내부분열이 당의 몰락 뿐 아니라 한국의 불행일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한편, “당원들은 당이 바른 태도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질책할 의무가 있다”며 당원들이 나서서 흔들리는 당 정체성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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