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국회의 조직구성이 지난주 완결됐다.

이로써 공기업, 그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한국전력의 민영화에 국내외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 매수로 한국전력 주가가 최근 2주일 사이 22% 큰폭 오른 것이나, 외국 전력회사들이 정부당국에 의견서를 보내온 것이 모두 이같은 관심도를 반영한다.

한국전력은 과다 차입, 과잉 설비,독점 등 그동안 지적돼 온 병폐가 적지 않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시늉만의 구조조정에 그쳐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될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관측통들이 한국전력을 주목하고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있어 한국전력은 한국의 변신 가능성을 재는 척도요, 한국에게 있어 한국전력은 구조조정 과목에 대한 이론 및 실기 시험과도 같다.

이에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가을 정기국회에 관련법 제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계의 반대와 4월 총선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외면으로 자동폐기되고 이제 16대 국회에 재상정 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는 바로 지난주 이를 위한 공식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작년 말까지 완결 예정이었지만 거듭 지체됐던 안양발전소와 부천발전소 매각협상도 이 달 안으로 사실상 매듭짓는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의 민영화는 왜 필요한가? 민영화 효과는 무엇인가? 전력산업의 메가트렌드는 무엇인가? 한국전력을 민영화해야 할 필요는 다른 무엇보다도 한국전력의 부채가 현재 정부 외환보유고의 3분의1에 달하는 32조여원이나 되고, 여기다 또 매년 9조원 안팎의 부채가 추가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원리금 상환액만도 전체 외환보유고의 10분의1에 육박하는 8조여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외환위기 시절 한전은 사실상 외채 부도를 내기도 했다.

정부는 한국전력 구조조정을 약속하고 해외 채권자들의 자금회수를 잠시 달래놓은 상태다.

전력산업 민영화는 한국만 예외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1990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이 1997년부터 주(주)단위 민영화를 시작해 이미10여개 주가 완전 실행단계에 들어갔다.

유럽연합 15개 회원국들은 올해 2월부터 민영화뿐만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영국연방국가들을 비롯해 일본 대만 인도 필리핀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베네수엘라 칠레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국가들, 그리고 7개 동유럽 국가들이며 러시아 할 것 없이 온 세계가 전력 민영화 열풍에 휩싸여 있다.

모두 50여개국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전력산업을 국영으로 하다가는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며 보복까지 받게 될 지경이다.

전력 민영화는 보통 발전과 송배전, 그리고 소매판매중 발전과 소매업은 경쟁체제로 하되 송배전사업은 공기업 체제로 운영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로써 예컨대 서울에 있는 사람이라도 울산에 있는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쓸 수 있도록 하고,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이 거래되듯 전력거래소에서 전기 거래가 시시각각 이뤄지게 한다.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 비추어 전력 민영화는 전기요금이 최고 40%, 평균 20%이상 내리는 효과를 냈다.

다만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릴 때는 전기요금이 평상시 가격의 수백배, 수천배까지 뛰어올라 관련기업이 단 한차례의 판단착오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전력 민영화가 요금인상을 동반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민영화 때문이 아니라 지난 15년동안 전기요금이 물가안정과 수출산업 지원 방책의 하나로써 워낙 낮게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일본의 40%도 안된다.

영국의 54%, 프랑스나 미국의 70%,그리고 대만의 83% 수준에 불과하다.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된 요금 탓에 전력소비는 10여년간 연평균 12% 이상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한국 전력산업은 원유과다 수입으로 외화를 낭비케 하고 발전소 건설자금 차입으로 외채를 급증케 했다.

그리고는 결국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분할매각의 운명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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