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5명 중 1명은 심각한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우병국) 주최로 15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자동차완성사 작업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및 예방대책 마련 공청회’<사진>에서 정진주 박사(한국여성개발원)는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직무스트레스를 살펴 본 결과 조사대상자의 21.5%가 ‘고긴장 집단’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의 노동조건이 변화되지 않으면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악화가 우려되고, 이는 곧 생산성 향상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는 금속연맹이 지난해 자동차완성사 4개사 조합원 14,000명(현대 2,868명(53.9%), 기아 988명(18.6%), 대우 858명(16.1%), 쌍용 608명(11.4%))에게 설문지를 배포, 그 중 수거된 5,322명분을 최종 분석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금속연맹으로부터 실태조사 결과분석을 의뢰받아 연구를 진행해 온 정진주 박사는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사회·심리적 건강상태의 점수를 건강상태별로 분류해 본 결과, ‘건강군’은 3.1%에 불과하고 ‘잠재군’은 61.6%, ‘고위험군’은 35.3%로 나타났다”며 “현재의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훼손을 낳을 노동자는 10명 중 3.5명인 것으로 나타나 노동자 건강에 빨간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래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사회·심리적 건강상태(18항목 측정, 점수가 높을수록 건강상태가 나쁨)는 23.35점으로 한국 노동자 평균인 22.31점보다 높았다. 건강상태의 또 하나의 지표인 피로도(19항목 측정, 점수가 높을수록 피로가 심함) 역시 88.61점으로 한국 노동자 평균 82.9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교대 근무자 직무스트레스 높아

직무스트레스가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이번 실태조사는 ‘직업긴장 모델’(Karasek 모델)과 한국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표준화된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 등 2가지 기준이 적용됐다.

‘직업긴장 모델’을 적용한 결과, 설문대상 노동자의 21.5%가 ‘고긴장 집단’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긴장 집단'은 직무요구도는 높지만 직무자율성이 낮아 직무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된 집단을 말한다. 특히 ‘고긴장 집단’은 △장시간 근무자(주당 50~59시간 근무자의 21.9%, 70시간 이상 근무자의 23.1%) △교대근무자(비교대근무자의 14.4%, 교대근무자의 25.7%)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다양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제거, 또는 감소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는 교대제 방식, 직무부담 감소, 물리적 환경의 개선, 조직운영체계의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물리적 환경 △직무요구 △직무자율 △직무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보상 부적절 △직장문화등 8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를 적용한 결과, 자동차산업 노동자는 ‘조직체계’와 ‘직무불안정’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나타냈다.

"있는 법부터 제대로 적용하라"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 박사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자의 산재보상건수가 최근 3~4년 사이 2~3배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제5조)에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예방해야 한다’는 사업주의 의무조항이 신설됐지만 세부적 이행기준이 없는 등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고 있지 않다”며 “현행법에 규정돼 있는 조항만이라도 제대로 적용되면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문제는 상당부분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의 의무로 명시돼 있는 직무스트레스 예방과 관리의 우선순위를 노동환경 개선에 두고, 정부가 세부적 이행기준을 정해 직무스트레스 위험요인에 대한 평가와 개선책을 마련·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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