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말하라"는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외교안보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직접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기도 한 정 장관은 이날 오전 통일부 간부회의에서 하이드 위원장의 지난 10일 북핵 청문회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 중 파문을 일으킨 핵심은 크게 세 가지 부분이다.
   
그는 2004년도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 삭제와 남북경협 등 대북 지원을 비판한 데 이어, 한국 정부에 `적과 동지'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조목조목 따져가며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한 뒤, 그 내용을 간부회의에 참석했던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 삭제에 대한 비판과 관련, 정 장관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백서에 적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의 비판은 하이드 위원장의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말하라"는 발언으로 옮겨 갔다.
   
정 장관은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미국은 동맹이고 북한은 동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남북이 적대적 대결상태로부터 공존과 화해협력을 향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나아가 정 장관은 "적을 먼저 규정해야 미국이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동맹의 목적과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는 한미간 우호협력 정신에 바탕해 태평양 지역도 아닌 이라크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규모로 군대를 파견해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끝으로 정 장관은 하이드 위원장이 주문했던 한국과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재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하이드 위원장의 일방적인 발언은 적절하지 않고 동의하지도 않는다. 대북 지원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병행 추진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정 장관의 작심한 듯한 발언과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책임지고 있는 통일부장관으로서 남북관계에 대한 하이드 의원의 편견을 그냥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 언급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일각에는 정 장관의 발언이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기는 하지만, 오는 19∼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미국내 강경 기류를 차단하려는 사전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최근 부쩍이나 미 의회와 정부, 언론 일각에서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나 남북경협에 대한 중단이나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아시아 6개국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지난 12일 워싱턴 타임스 회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며 북한인권·체제문제 제기를 자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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