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에서는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회사 경비대의 폭력적인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아산공장에서는 경비대에 의한 노조 사찰 문건이 발견되면서 경비대가 노조 사찰 등 ‘상설 구사대’의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레이버투데이>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대공장 경비대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현대차에 이은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실체는 3월 14일 이후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어때요? 경비들 많이 온순해졌죠?”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앞. 문 앞에서 기자와 함께 공장 안으로 들어가던 현대자동차노조 아산본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그랬다. 지난해 7월 취재를 왔을 때 아산공장 정문은 그야말로 ‘검문검색대’였다. 노조가 수락한 취재 협조는 자신들이 알 바 아니라는 듯, 총무과와 사전 연락이 없었다는 이유로 10여명의 경비들이 몰려와 출입을 막아섰다. 결국 노조 간부들과 몇 차례 고성이 오고간 끝에야 기자의 노트북 시리얼 넘버까지 적고 나서 공장에 들어 갈 수 있었다. 그것이 지난여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경비들의 태도는 확 달라져 있었다.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입구의 검색대. 이 곳을 지키는 경비대들의 복장은 거의 '전경' 수준이었다. 안전화도 아닌 군화를 신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노조 관계자는 “지난번에 노조사찰 문건이 입수되는 바람에 악명 높던 경비대 D반이 해체 돼서 그래요”라고 변화의 원인을 설명한다.

지난해 10월 아산공장은, 노조 감시를 담당하는 ‘특수 경비대’가 상시적인 ‘구사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떠들썩했었다. 당시 노조는 경비대 D반이 작성한 근태일지, 업무지시 명령, 근무일지, 차량출입일지 등 일련의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정규직노조인 현대차노조 아산본부와 하청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간부·활동가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시간대 별로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사건은 책임자 처벌과 경비대 D조 해체, 공장장 사과문 개제 등을 노사가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 지난해 11월에 발견된 경비대 D반의 노조 사찰 문건. ⓒ 매일노동뉴스

경비대 폭력에 ‘피 흘리는’ 비정규직노조들

지난달 25일, 현대차 울산 5공장 싼타모 식당 앞. 식당 입구에는 이 공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는 아주머니 4명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었다. 당시 단식 5일째였던 여성노동자들은 16일째인 지난 8일에야 단식을 풀었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차는 사상 최대규모인, 1만 명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왔다는 노동부 판정을 받았다. 현재 울산, 아산, 전주 등 각 공장 비정규직노조들은 이러한 정부 판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차측과 ‘대치’중이다. 울산 5공장 여성 노동자들은 왜 단식까지 결심했던 것일까. 이번 농성 과정에서 해고자 신세가 된 정영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비정규직노조 안기호 위원장이 공장 안에서 백주대낮에 경비대에 끌려가 연행된 후, 이제 농성장까지 강제로 해산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단식 농성이 시작되자 경비대와 관리자들 200여명이 몰려와 우리를 강제로 끌어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 같은 조합원들이 우리를 보호하려다 경비대들에게 무참하게 맞아서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보고 단식투쟁의 요구사항을 바꿨다. 그저 경비들과 관리자들의 폭력에서 벗어나 우리들이 ‘안전한 투쟁’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씨의 말대로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안기호 위원장은 ‘민족의 명절’ 설 연휴기간이었던 지난 2월13일 낮 12시경 회사 경비대의 ‘검거’로 경찰에 넘겨졌다. 울산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안 위원장의 진술에 따르면 이렇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가던 길이었는데 그곳에 대기 중이던 경비대 100여명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그들은 함께 있던 조합원 3명이 이를 막고 나서자 달려들어 떼어냈다. 그 뒤 사지를 들어서 스타렉스 차량에 싣고 공장 밖으로 나갔고, 문 밖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에 넘겼다.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 지난 2월,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농성중인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경비대에게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안 위원장은 회사와 경찰의 합작으로 이뤄진 이 ‘납치극’ 과정에서 경비대가 자신의 얼굴에 보자기를 씌워 얼굴과 목, 허리와 등을 구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진찰 결과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폭력범도, 흉악범도 아닌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을 잡기 위해 연출된 이날의 모습은 경찰과 회사 경비대의 ‘합동작전’이었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회사 경비대들이 비록 연휴 기간이긴 했지만 ‘백주대낮 공장안’에서 노조 간부를 잡아다 경찰에 넘겼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울산 현대차노조 활동가들에게 공장 안은 ‘감히’ 공권력이 침범할 수 없는 ‘성역’과 마찬가지였다. 안현호 현대차노조 5공장 대의원은 회사 경비대가 노조 활동가를 붙잡아 경찰에 넘겨주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정공이 현대차와 통합되기 전,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정규직노조 간부들은 예전에 수없이 수배가 됐을 때, 공장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나도 97년 민주노총 총파업 때 수배를 당한 후 몇 달을 공장 안에서만 있었다. 나뿐 아니라 과거 수배 됐던 정규직 활동가들도 모두 그랬다. 누구도 공장안에서 잡혀 간 일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갑자기 발생했을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 공장 안에서 만큼은 노조 활동가들을 ‘지켜줬던’ 회사 측의 ‘예우’가 힘없는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에게는 적용이 안됐거나, 아니면 경비대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거나.

풀리지 않은 의혹, 사찰 전문 ‘경비대 D반’

현대차 경비대는 울산 공장 소수 인원만을 제외하고는 동서다이너스티, 이에블 등 외주업체 소속이다. 각 출입문마다 5~6명이 배치돼 3교대로 일하고 있으며, 아산 공장에는 약 100여명, 울산공장에는 약 500명 이상의 경비들이 출입문에 배치돼 있다.

그런데 일개 외주 업체 소속 경비들이 어떻게 노조 사찰을 할 수 있었을까? 아산공장 경비대 노조 사찰 파문 당시 노조가 입수한 자료인 경비대 D반의 근태일지, 업무지시 명령, 근무일지, 차량출입일지 중, 지난해 10월 경비대의 근무일지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2004.10.6. <대장님 지시사항> 근무자 순찰조는 중식 및 석식은 엔진식당에서 식사할 것(하청인원 파악할 것)
2004.10.8. ※ 08:30 김준규, 고시문 사진 촬영을 시도하던 중 임차장님께서 알리자 말다툼 함. 이에 정환윤, 양회삼, 심수진이 가세하여 4반 근무자들과 몸싸움이 일어남?
2004.10.15. 울산, 전주, 남양 각 사업장 임원 회의차 조합 방문 예정. 근무일지 기재 잘 할 것?
2004.10.18. 전 지부장(아산본부) 오점근 차량교체 => 테라칸 7090

▲  울산 현대차 5공장 산타모 식당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 이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경비대들의 '폭력'에서 벗어나서 안전하게 농성하게 해 달라"는 것. ⓒ 매일노동뉴스

노조 간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일지를 작성했던 문제의 경비대 D조는, 지난 2003년 아산공장에 사내하청노조가 발족하고 얼마 후인 6월경에 생겼다. 그 전까지 경비대는 출입문마다 설치된 경비실에서 공장 출입관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기존에 총 3조가 3교대로 운영하던 출입문 경비대 말고도 전혀 다른 근무형태의 경비대가 생긴 것이다.
 
이 때부터 공장 분위기는 매우 삼엄해 졌다. 갑자기 출입문에서 IC카드를 찍도록 해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1월에는 정규직노조 한 조합원이 이 IC카드를 잊고 가져오지 않자 경비들이 출입을 막았고, 작업조 반장이 직접 나와 인솔해 갈 때까지 그 조합원은 정문 경비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갑자기 각 출입문에 감시카메라와 휴대품 검색대가 설치됐고 가방수색까지 했다.
 
활동 반경도 출입문 근처 경비실뿐 아니라, 스타렉스 승용차를 타고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정도로 넓혔다. 때때로 공장안까지 들어와 원·하청 노조 활동가들의 근처를 배회하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하청노조 간부들은 물론이고, 정규직노조 간부라 해도 경비들과 시비가 붙으면 그대로 문밖으로 끌려 나오기 일쑤였다.

현대차동차노조 아산본부 유병민 부본부장이 D반 경비대를 조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이 무렵부터다. 노조에서 사내하청 문제를 담당하고 있어 유난히 문제의 경비대와 마찰이 많았던 그는 갈수록 더해가는 경비대의 ‘월권’ 때문에 노조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일상적인 통제를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꼈다.

“D반 경비대들은 늘 서성거리며 무언가를 적다가 다가가면 급하게 감추곤 했는데 그걸 입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주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는 척 하면서 경비원 개개인의 1대1 면담 등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사찰 관련 문서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그후 아산본부는 좀더 구체적인 진상조사를 벌였고, 결국 18명으로 구성된 경비대 D반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들은 노조 간부들의 출입 여부, 소유 차량의 출입 여부, 개별적인 이동내용 파악, 노조사무실 방문자 확인, 집회 참여인원, 집회 참가자 신상, 주요연설자 및 연설내용 등 노조 관련 사항만을 매일같이 낱낱이 체크하고 있었다.

유 부본부장은, 이 같은 경비대 D조의 활동이 사측의 계획에 따라 과거 구사대가 하는 일을 이제는 경비대가 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아놓은 사찰 정보를 팀장의 지휘 아래 취합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경비 업무가 아니다. 정보과 형사나 구사대가 하는 일이지. 어떤 도급업체가 지시도 받지 않고 ‘알아서’ 이런 일을 하겠나. 일설에는 D반은 현대차가 직접 모집했다는 말도 있다. 신상을 봐도 일반 경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두 서울에서 체대 나온 20대 ‘등발’ 좋은 친구들이다. 확실하게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급여도 많고 근무 환경도 다르다.”

실제로 이들 경비대는 다른 경비들이 3교대로 일하는 것과 달리,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간 근무만 했으며, 따로 아파트 2채를 얻어 ‘합숙’을 해왔던 것이 밝혀졌다.

현대차측은 사건 합의 당시 경비업체 변경이나 D반 해체 등에는 합의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특수경비대를 운영한 적은 없으며 경비업체 자체 운영상의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진상조사 당시에도 사측 차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노조 활동 중에 해고된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은 공장에 들어가려다 늘 이렇게 경비들에게 '질질' 끌려 나온다. ⓒ 매일노동뉴스

경비대 사찰 현대차가 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해체된 경비대 D반에 있었던 이호영(가명)씨는 “현대차가 개입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오히려 노조가 못 밝혀 낸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말한다.

“처음 선발할 때부터 우리 임무는 원·하청 노조를 감시하는 것밖에 없다고 교육받았다. 하청노조에 여자 활동가가 몇 명 있어서 4명의 여성 경비를 뽑았을 정도다. 회사측 대우도 다른 경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권한도 막강할 뿐 아니라 연봉도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입사한 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도급업체 경비들이 생산직 현대차 직원들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현대차에서 권한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업무시지도 본관(현대차 관리직)에서 직접 했다.”

이씨는 경비대 D반의 실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인근 아파트에서 ‘합숙’을 한다는 말은 좀 와전된 것 같다. D반은 체대 출신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대부분 집이 서울이라 아파트를 빌려 기숙사처럼 같이 쓰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규율이 엄격했던 것은 사실이다. 일명 ‘번개통신’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전화하면 모든 구성원의 소재가 줄줄이 파악돼서 언제라도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퇴근 후 흩어져 있다가도 노조 집회가 잡히거나 하면 일제히 모일 수 있다.”

특수 경비대 활동을 하면서 겪은 고충도 이씨는 털어놨다.

“매일 욕먹으면서 노조랑 부딪히는 일을 하는 게 뭐가 좋겠나. 그런데 임금도 훨씬 많고 대우가 다르니까 힘이 들어간다. 이 집단에서는 (노조에) 더 강하게 하고 더 열심히 감시하지 않으면 ‘왕따’ 당하는 거다. 또 팀장이 워낙 현대차의 높은 사람들하고 잘 안다는 것을 과시했다. 그래서 더 충성하게 됐다. 무엇보다 우리도 어차피 1년마다 계약 갱신을 하는 비정규직이니 팀장 눈 밖에 나는 게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씨의 증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조 사찰만을 담당하던 특수 경비대 D반은 현대차가 직접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만약 현대차노조 아산본부에 의해 사찰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방치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문건을 입수한 당사자인 유병민 아산본부 부본부장은 이번 경비대 노조 사찰 사건에서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현대차가 노조사찰 전담 경비대 D조를 직접 만들었고 지휘 통솔도 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인데도 확실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노조가 조금만 더 치밀했으면 할 수도 있었는데, 증거를 가지고도 노조는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 반면 회사는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폐기해 버렸다. 재빠르게 회사에 진상조사를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했다면 공장장 정도는 문책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아직도 노조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감시와 탄압의 화살이 사내하청노조에 향해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는 상대적으로 덜 당하고 있지만, 이를 방치하게 되면 정규직노조에 대한 현장 감시와 통제도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비대의 노조 활동 간섭은 정규직노조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지난 2월4일 울산 본조 노조에서 회의를 위해 아산공장에 왔을 때, 현대자동차노조 김태곤 수석부위원장이 출입을 저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에서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하청노조 간부를 차량에 태우고 왔다는 이유였다. 당시 현대차 불법파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원·하청 노조가 함께 하는 연대회의가 아산본부 사무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김 부위원장은 회의 참가 인원 중 한명인 하청노조 권수정 부지회장과 동행했었다.

김태곤 부위원장은 “함께 있던 노조 간부가 정문 경비대에게 ‘노조 출입의 자유’가 명시된 단협 조항을 직접 보여주면서 정중히 출입을 요구했다. 그런데 경비들은 막무가내였다. 내가 차에서 내려 경비원에게 항의하자 그들은 내 멱살까지 잡아 팽개쳤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제12조 ‘조합출입의 자유’에는 “회사는 조합이 요구하는 자의 출입을 보장하되, 조합사무실에 한 한다. 단, 조합간부와 동행할 때는 현장출입도 가능하다”고 명시 돼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노조들이 공장별로 생기자 현대차는 핵심 간부들에 대해 법원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았다. 때문에 정규직노조 간부가 비정규직노조 간부와 동행해서 공장에 데리고 들어와도 번번이 출입을 막고 나선 것이다.

▲ 지금은 해체된 경비대 D반이 한창 활동하던 지난해 7월 아산공장 모습. ⓒ 매일노동뉴스

이재훈 아산본부장은 이러한 현실 자체가 과거 공장 안에서 가장 우선시됐던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청노조 간부들도 이미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다. 얄팍하게 가처분 신청을 해 놓고 출입을 막는 것도 파렴치한 일이지만, 설사 하청노조 간부들의 출입이 위법이라고 해도 경비들이 막고 나설 이유가 없다. 문제가 되면 사법경찰이 출동해서 막으면 될 것 아닌가. 정규직노조 간부가 인솔하고 갔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단체협약에도 명시돼 있는 것을 경비대가 막고 나선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법을 핑계로 공장 안에서 단협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산본부는 사내하청노조 간부들을 인솔해 출입하는 과정에서 경비원들과 수차례 마찰을 빚어 왔고 본부 간부 2명이 이 문제로 현대차로부터 고소고발된 상태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규직 노조에도 예외는 없는 셈이다.

오지환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은 경비대의 구사대 행동을 방치하는 한 울산공장도 아산공장과 다름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공장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사내하청노조 간부들이 대낮에 공장 경비대에 잡혀서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넘겨졌다. 비교적 노조를 ‘두려워’하는 울산공장에서도 안기호 위원장이 그렇게 납치됐다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당장 울산의  김태곤 수석부위원장도 경비대한테 끌려 나오고 있지 않나.”

일설에는 아산공장 경비대사찰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울산과 아산 공장의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ㄷ 업체 실제 대표가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얼마나 경비대의 영향력이 공장 안에서 막강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또한 아산본부에 따르면 18명밖에 되지 않는 경비대 D반 운영을 위해 연간 10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찰문건 유출 사건으로 표면적으로는 특수 경비대 D반이 해체되기는 했지만 현대차 경비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 유병민 부본부장은 아직까지 경비대 D반 방호대장인 조 아무개씨의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가끔 내게 전화해서 그런다. ‘감사하다. 당신 때문에 잘렸다. 이 은혜는 꼭 갚겠다’고. 실제로 사찰 문건 공개 이후에는 밤에 돌아다니기가 무서웠다. 경호업체 출신들이기 때문에 진짜 보복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아 있는 더 큰 의혹은 경비대가 현대차 회사뿐 아니라 경찰과도 긴밀한 연계가 돼 있지 않나라는 점이다. 유 부본부장은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경찰이 자꾸 문건을 입수하게 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고 했다.

“경찰이 자꾸 캐려고 하길래 그랬다. 지금도 협박을 받고 있다고. 그래서 경찰이 ‘협박을 받았다면 고소를 하라’고 하길래 못할 것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말리더라. 나중에 하자고. 그런데 바로 그날 밤에 전화가 왔다. 협박하던 방호대장한테서 말이다.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이제 그만 하자고. 경찰이 내가 고소를 하려 한다는 것을 찔러 준 게 아닌가? 울산공장이나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경찰에 넘겨진 과정도 그렇지 않나.”
 
즉, 경찰은 문 밖에서, 경비대는 공장 안에서, 상시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사생활 침해이자 노동자 단결권 위협하는 행위”

이 같은 현대차 경비대 운영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들은 지난 1월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조영선 변호사는 이 같은 경비대의 감시활동이 경비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위법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헌법에 따라 자신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다. 당사자의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경비들이 사찰 행위를 하고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노동자의 단결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암울한 시기, 성장논리에 밀려 ‘뼈빠지게’ 일만하던 노동자들은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권을 찾기 위해 노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도덕한 사용주들은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구사대’를 조직해 노조 활동을 방해해 왔다.

2005년 현재, 1만 명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싼 임금을 주고 맘대로 해고할 수 있게 ‘불법’으로 부려먹은 것이 ‘들통 난’ 현대자동차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특수 경비대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경비 구사대’는 또 정규직노조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업계 5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 현대자동차의 시계를 경비대가 멈추게 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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