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비판자는 메뚜기떼(좌익)’이란 주장을 펼치며 ‘일본 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한승조 교수를 옹호하고 나선 수구논객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그가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중앙대)와 1시간 동안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사진>

10일 오후 3시 CBS TV 시사 프로그램인 ‘CBS저널’에 패널로 초청된 두 사람은 ‘친일 비판자는 좌익?’이라는 주제를 놓고 시종 열띤 공방을 벌였다.

“과거사를 자꾸 들추고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 자체가 좌익이다.” 지만원 소장은 보수논객답게 우익의 역사·현실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일련의 친일 발언은 우익의 멘탈리티가 썩어 있음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수구우익들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올바른 과거사 청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토론 시작과 함께 설전은 시작됐다. 지 소장은 “식민지배는 축복이란 말은 전체를 보지 않고 논문 속의 한 문장만을 떼어서 이야기한 것으로 마타도어”라고 지적하며 “러일전쟁서 러시아가 이겼다면 우리나라는 러시아에 먹혔을 것이고, 독립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며 “당시 취약했던 러시아보다 차라리 지적하려면 일본과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미국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지 소장은 물러서지 않고 “미국은 흑인인권을 강조하며 남북전쟁을 했던 인권국가인데 어떻게 한국을 먹겠냐”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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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화가 결국 근대화에 이바지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 소장은 “모든 역사적 사건에 100% 좋고, 나쁜 것이 있겠냐”며 “과거 따지지 말고, 반일감정 부추기지 말자는 것인데, 자꾸 지적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진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 민족은 자립할 능력이 없다는 국민성 비하 발언과 우리 민족은 안된다는 사고의 기반이 문제”라며 따져 물었고, 지 소장은 “자립할 능력이 없었다는 데 동의한다”며 “먹힐 만 하니까 먹힌 것”이라고 답했다.

진 교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 같은 발언은 논의의 대상이 아닌 임상의학적 대상”이라고 힐책했다. 지 소장은 “왜 정신병자로 모냐”고 흥분했고, 진 교수도 뒤질세라 “그럼 왜 국민을 ‘하이에나’, ‘들쥐’에 비교하냐”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김구 선생을 빈라덴과 동일시한 지 소장의 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 소장은 “이승만은 외교에 주력했는데 김구는 안중근, 윤봉길 데려다가…. 무력으로 일본을 점령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먹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지 소장 발언은 헌법 밖에 있다. 과연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느냐”며 “극단주의가 깔려 있다”고 재차 따져 물었다.
 
지 소장은 급기야 ‘좌파’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한민국은 386 주사파들이 장악했으며, 나는 빨갱이들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나같이 분배, 평등을 외치는 사람이 진짜 좌파”라며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우파들이 정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빨갱이 정권에서 산다고 생각한다면 ‘망명하세요’”라고 받아쳤고, 지 소장은 “난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을 고치려는 사람”이라며 응수했다.

친일비판자가 왜 좌익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 소장은 “100년 전 얘기다. 일본을 몰아내자고 하는 의도 자체가 좌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식민지배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먹힐 짓을 했다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우익들의 ‘자립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 ‘박정희 없었으면 보릿고개를 못 넘었을 것이다’ ‘먹힐 만 했다’는 주장은 ‘자학증’”이라며 “우익들은 민족감정이 한미일 관계를 해친다고 하는데 정신 차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도 지 소장은 “미일을 배척하지 말고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쓸데없는 반일감정 일으키지 말고 국민들 겁 좀 안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과거사 망언 등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짚을 것은 짚어야 하고, 올바른 과거사 청산만이 미래지향적인 한미일 관계를 이룰 수 있다”며 “우익들이 우리의 국익은 없고, 일본의 국익을 위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냐”고 강조했다.

이밖에 토론에서는 ‘맷돌에 갈아서라도 민족의식을 바꿔야 한다’며 민족개조론을 주장한 이광수를 존경한다는 지 소장의 말이 있었고, 진 교수는 “민족 ‘자조론’을 배우라는 거냐”며 호통을 쳤다. 지 소장도 뒤질세라 “정신 못 차렸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나도 미국에서 미국인들 이긴 사람이다. 내가 그리 못해 보이냐”며 흥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토론 내용은 11일(금) 저녁 11시 30분 ‘CBS저널’에서 방송되며, 지역 케이블방송을 통해서도 재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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