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버투데이> 지난 3월7일자 기사 ‘불법파견 고용의제 논란’과 관련 노동부가 해명자료를 낸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의 강문대 보좌관이 의견을 보내왔다.<편집자주> 

<레이버투데이>가 노동부의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국정브리핑 내용에 대해 “노동부가 ‘오락가락’하며 정책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노동부가 해명자료를 냈다.

그 내용인즉 △현행 규정은 시정지시나 제재가 불가능하므로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 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추세가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노동부가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한 사실은 없으며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는 것 등이다. 노동부의 위와 같은 주장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노동부 고용의제 규정 적용 의지 없다

첫째, 현행 규정상 시정지시나 제재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노동부 해석대로 현행 규정(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을 해석하면,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이 초과하면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된 것이 된다. 즉, ‘정식적인 피고용인’이 되는 것이다.

파견노동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고용계약을 체결한 바는 없지만 법률의 힘에 의해 그런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사업주가 위 파견노동자를 ‘정식 피고용인’으로 대하지 않고 조업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고용관계를 부인할 경우에는 위 파견노동자를 ‘부당전보’하거나 ‘부당해고’한 것이 된다. 파견노동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노동부는 그 사용자를 형사처벌까지 받게 할 수 있다.

둘째, 최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추세가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결정 내용이 엇갈리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이 이에 대해 명시적인 판결을 내린 적도 없다. 고등법원이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내린 마지막 판결은 오히려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2003. 3. 14, 선고 서울고등법원 2002누12320).

셋째, 파견법이 개정되면 위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노동부는 개정안에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신설된 것을 근거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성립되려면 사용자가 과태료를 무서워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 최고 3천만원의 과태료를 현대재벌 같은 데서 얼마나 무서워할까? 과태료 처분에도 대법원까지 갈 수 있는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돼 있는데, 재벌들이 손을 놓은 채 그 절차를 방기하고 있을까? 결국 과태료 규정이 부과되더라도 사업주들이 노동부 결정을 무시하고자 할 때에는 지금 발생하는 상황과 동일한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법개정안에는 사용사업자 ‘직접고용’ 사라져

그런데 노동부는 이 틈바구니에서 이상한 거래를 시도한다. 개정안에 의할 경우 파견노동자들은 더 이상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개정안이 현행 ‘고용의제’ 조항을 단순한 ‘고용의무’ 조항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고용을 강제하는 힘을 법률에서 제거한 것으로서 사용사업주가 자발적으로나 과태료가 무서워서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는 사용자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노동부에 최고 높은 과태료를 매겨 달라고 매달리는 것 외에는. 노동부는 과태료 부과의 위력을 선전하면서 현행과 같은 고용의제 조항 하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과태료 부과가 꼭 필요하다면 현행 제도 하에서 과태료 제도를 신설하면 된다. 즉 고용의제 조항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의무(이를테면 직접 고용 요건 충족시점에 서면계약을 작성하게 한다든지 직접고용 노동자와 동일한 대우를 할 것을 명령한다든지 등)를 부과해 그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노동부의 주장은, 별 실효성도 없는 과태료 조항과 금쪽같은 고용의제 조항을 맞바꾸자고 하는 것으로서 노동자들에게 밑지는 장사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정리해 보자. 현재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단지 안 하고 있을 뿐이다. 불법파업 진압하듯이 불법파견을 해결하자고 들면 강력한 조치를 행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부가 스스로의 입장을 바꾼 게 아닌가 하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행동을 지금 이 시점에 굳이 한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현대 재벌에게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할 것을 서면으로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경찰서에 고발장만 내 놓고 구체적 내용은 여태 제출하지도 않고 있는 노동부가 무슨 이유로 적극적 행정에 나서게 되었는가 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