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입장과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지점은 두 곳. 하나는 사회적 교섭 찬성·반대. 또 하나는 다수결 인정·불인정. 이 두 가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지만, 각 의견그룹 간의 대의원 수 분포와 맞물리면서 이미 두 번의 파행을 낳았다. 수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막다가 노선의 차이까지 드러내지 못하게 됐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연재순서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임성규 전진 의장

③ 조돈희 전노투 상황실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파행이냐 처리냐를 점치기에 앞서, '차이'부터 분명히 짚는 게 필요할 때다. <매일노동뉴스>는 3월8일(화)부터 4일간에 걸쳐 특집으로 <격돌! - 민주노총 대대 이렇게 가야 한다>를 마련했다. 어려운 상황, 민감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보내주신 필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께도 <격돌!>에 실리는 원고에 대한 반론권이 있음을 말씀드린다.
원고를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②임성규 전진 의장 ③조돈희 전노투 상황실장 ④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편집자 주>
 

 
최근 민주노총 내부의 일부와 언론에서는 사회적 교섭방침에 반대한 세력이 ‘이수호 집행부의 반대파’ 이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써의 안티세력으로 사회적 교섭방침을 반대하는 쪽의 진정성을 왜곡 날조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정략적 정치 또한 반대한다. 그것 또한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을 가로막는 해악일 뿐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사회적 교섭 정책은 사회적 합의주의

첫째, 사회적 교섭정책은 사회적 합의주의에 다름 아니며, 사회적 합의주의는 총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써 '노동자 죽이기' 프로젝트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정권에 의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한국노총을 참여시켜 임금가이드라인을 합의해온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의 사회적 합의주의 정치와 더더욱 안 좋은 기억으로는 1998년 민주노총지도부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서 정리해고법에 합의해 줌으로 인해 김대중 정권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이용당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은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으로 있던 김금수씨를 노사정위원장으로 앉혀놓고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원회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 방침을 확정짓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순수한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정권의 사회적 합의주의 전략에 조응해 들어가는 것 이상 다름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반대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방침은 그것과 다르며 투쟁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조합원과 간부들을 설득하는 것은 지도부의 기만이다.

사회적 교섭기구는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일환

노무현 정권은 파견법 개악안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라는 노사관계 로드맵 속에는 정리해고를 더 쉽게, 노동조합의 힘을 무기력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렇게 노동자들을 죽이기 위한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의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으로 사회적 교섭기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형식적 교섭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사회적 통합전략으로 노동자 대표자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제하고 정권의 사회,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해 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주의의 다양한 형태가 노리는 바는 바로 노사협조주의의 구축이다. 정부는 “지역노사정 협의회를 지역단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틀로서 재정립함으로써 지역 노사관계 안정과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적으로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에 기여하고, 중위적 수준의 참여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해 전체 노사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렇게 자본과 정권은 중앙 노사정위원회로도 성이 차지 않아서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노사 협조기구를 통해서 현장 구석구석까지 노사협조주의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지역, 산업별 노사정협의회는 지역, 산업판 노사정위원회인 것이다. 이는 결국 중앙 노사정위원회와 더불어 지역, 산업별 노동자 죽이기 프로젝트인 것이다.

집행부는 조합원 대중을 믿지 못하는가

둘째, 노동계급 대중을 바라보는 지도부의 대중을 못 믿는 시각과 대리주의적 관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총파업을 결의해도 파업이 가능한가?” 라고 ‘항변’하며, 투쟁동력 부재론을 근거로 “교섭을 통해서 정권의 악법통과를 저지해야 한다” 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총파업을 결정하는 지도부의 이 모순된 행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러나 사회적 교섭방침(안)을 내놓고 이를 관철하려 하는 지도부는 심각한 대리주의에 감염되어 있다. 계급대중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계급대중의 문제를 또는 사회적 문제를 대중의 직접행동을 조직하려 하기 보다는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러한 관점은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위 아래에서 뿌리내리고 있다. 그것이 조합원 대중을 주체적 힘을 바탕으로 유지해 왔던 민주노조운동을 심각히 훼손시키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조합원대중, 계급대중을 믿고 대중의 직접행동을 조직하는 운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총파업 시 투쟁에 참여한 조합원수의 많고 적음으로 투쟁동력 부재론을 말해선 안 된다.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고 열심히 조직하면서 투쟁을 결의한 사업장 동지들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계급대중을 중심으로 자신있게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더 이상 교섭에 의존하지 않고 투쟁동력을 의심하지 않는 지도부 이기를 바란다.

사회적 교섭 관철되면 단결과 투쟁은 없어

셋째, 민주노총 분열 요소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은 단결이 생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에서 어떠한 논의 안건이 찬반 양론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조직이 분열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총자본이 유리한 국면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안건은 다수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안건을 제출한 지도부는 안건철회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것은 지도부가 선거 당시 공약을 내걸고 당선이 되었다 할지라도 최고 지도부는 조직의 단결을 우선하여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이 옳다.
공약의 실천을 상당기간 유보 내지는 철회할 수 있는 용기야 말로 지도부로서 진정으로 취해야 할 자세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조직의 분열보다 단결된 힘을 원하다. 그 힘을 기반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조직, 사회변혁을 통한 평등세상을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민주노총이기를 원하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분열적 상황으로 치닫게 한 사회적 교섭방침을 기필코 관철하려는 지도부의 생각은 조직의 단결을 위해 현 시기 무엇을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조직의 단결과 투쟁을 조직해야 할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방침 관철을 고수하는 한 ‘힘 있는 민주노총’은 있을 수 없다.

지면상 사회적 교섭방침을 반대하는 이유를 충분히 쓰지 못했다. 또한 위의 견해는 글쓴이 개인의 견해임을 전제한다.

사회적 교섭 방침 통과되면 좋아할 곳은 자본과 정권

단결 투쟁하는 노동계급의 구심으로 신뢰받는 민주노총을 위하여 더 이상 악몽의 2월1일 같은 상황이 없길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교섭방침(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방침을 폐기할 경우 사회적 교섭 반대파의 승리가 아니라 그것은 민주노총을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방침이 어거지로 통과 될 경우 좋아할 곳은 자본과 정권이요, 우리가 잃은 것은 민주노총의 분열과 조직력의 심각한 약화와 노동자들의 미래이다. 3·15 대의원대회는 4월 총파업을 실질적으로 결의하는 자리이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 단위사업장의 간부동지들과 지역본부 산별연맹의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