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이 부상을 입은 이라크 저항세력을 발로 차고, 죽은 시체를 조롱한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7일 미국 내에서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플로리다 주방위군으로 이라크 수니파 거점도시 라마디에 파견됐던 미군들이 직접 찍은 이 비디오는 '라마디 광기'라는 제목하에 각각 별도의 제목이 붙은 10여편이 넘는 단편적인 화면이 담긴 영상으로 편집돼 있다.
   
플로리다 지역 신문인 팜비치포스트가 입수해 이날 인터넷판을 통해 일부 공개한 26분47초짜리 이 비디오의 장면에는 한 미군이 이라크인 시신의 팔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화면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팜비치포스트는 사망자는 미군의 검문을 무시하고 도주하던 중 미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이라크인 운전자라면서 결국 이 트럭 뒷문에는 폭발물이 장치돼 있었다고 부연했다.

팜비치포스트가 공개한 또 다른 장면에는 미군의 총격을 받고 심각하게 부상한 채 땅바닥에 결박돼 있던 이라크 저항세력의 몸에 총알이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을 보여주는 장면도 담겨있고, 한 미군이 부상당한 이 이라크인의 얼굴을 차는 모습도 녹화돼 있다.
   
이 신문은 비속어가 많다는 이유로 자사가 입수한 비디오를 소리 없이 화면만 공개했고, 자살폭탄 공격 후의 장면 일부는 끔찍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의 비디오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정보공개법에 의거해 입수한 문서를 통해 존재사실이 알려졌지만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이 비디오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개하지 않았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 비디오에 나온 미군들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수감자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다른 미군들과는 달리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측은 범죄라기보다는 "부적절한" 행동들을 보여줬다면서 "상관들로부터 적절한 경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CLU측 자밀 재펴 변호사는 "전쟁 포로가 바로 눈 앞에서 땅에 부상당한 채 누워 있고 곧 숨질 처지에 있다고 해서 발로 차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미군 당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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