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05년 외국인력도입 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력 도입규모는 7만2천명으로, 이 중 산업연수생은 지난해 미입국자 7천명을 포함한 3만3천명, 고용허가제는 지난해 미입국자 2만1천명을 포함한 3만9천명을 도입하게 된다.

이번 정부안은 그동안 문제가 돼 왔던 점들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만, 외국인력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비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악의 흔적도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외국인력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의 병행에서 기인하는데 그러한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당초 국회에서 고용허가제 입법이 논의될 때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전제됐지만, 중기협과 같은 이권집단의 로비로 병행실시로 입법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불법체류라 불리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3년말 당시 정부는 전면적 합법화 조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선별적 합법화 조치를 통해 28만명이던 미등록이주노동자를 12만명으로 줄였다. 그리고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는 시점인 2004년 8월까지 단속과 강제추방을 통해 4만명까지 줄이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외국인이주노동자단체들은 이는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숱한 인권침해만 유발하며 미등록이주노동자 규모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었는데, 시민단체들의 예견대로 미등록이주노동자 규모는 2004년초 13만7천명에서 2004년말 현재 18만8천명으로 증가했다. 오는 8월로 합법화 조치를 통해 체류했던 이들의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미등록이주노동자 수는 3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것은 이제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이처럼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는 단속과 강제추방 정책과 같은 채찍은 그 효과에 있어 의문이 갈 수밖에 없기에 과감한 유인책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있어서 이번에 정부가 자진출국자 재입국 유예기간을 1년에서 6개월 이내로 단축한 부분은 일단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좀더 강력하게 자진출국을 유도하려면 그 재입국 유예기간을 좀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정부안 중 고용허가제 정착을 위해 1사1제도 원칙을 폐지하도록 한 것은,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원칙적인 면을 따진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비춰 볼 때, 과연 1사1제도 원칙이 바람직하냐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1사1제도 폐지는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를 동시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저임금을 선호하는 고용주들이 과연 고용허가제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정부는 1사1제도 폐지는 경쟁적인 면에서의 폐지가 아니라, 산업연수제의 점진적 축소를 통한 폐지의 과정으로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 말해서 산업연수생을 쓰는 업체일지라도 고용허가제를 쓰는 것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1사1제도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안이 재입국 유예기간 단축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최저임금 적용이 되지 않는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둘 수 있도록 한 부분이나, 산업연수생 출국인원에 대한 대체인력은 전원 산업연수생으로 공급하고, 사업장의 인력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대체예비인력 2만4천명을 출국과 관계없이 도입 추진키로 한 부분은 2008년까지 산업연수제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기본입장과 배치되는 개악이다.

마지막으로 고용허가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인 사업장 이동 제한의 문제점과 신규도입 인력의 선발과 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아직까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 산업연수생 제도의 전면폐지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은 심히 유감스럽다.

정부는 무원칙적이고 반인권적인 단속과 강제추방을 통한 불법체류자 해결에 매진하기에 앞서 합리적인 외국인력제도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인권보호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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