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대구시 달서구 모 빌라에서 발생한 처자식 살해 사건의 범인 최모(39·무직)씨는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자신이 그렇듯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34)와 아들(11)을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범이 돼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그날 밤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괴로운 마음에 혼자 집에서 소주를 들이켰다.
 
무려 5병이나 비운 최씨는 마침 미용실 영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아내로부터 핀잔을 들어야 했다.
   
'취직도 안 하고 그렇게 술만 마실 거면 이혼하자'는 아내의 말에 걷잡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는 최씨는 부엌으로 가 흉기를 들고 와서는 아내를 무자비하게 해쳤다.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였지만 어린 아이들이 엄마를 잃고 고생할까 봐 같이 해치기로 한 그는 아들(11)과 딸(9)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결국 아들은 숨지고 딸은 중상을 입었다.
   
3년전 까지만 해도 대구에 있는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체에 다녔던 최씨는 회사의 경영난으로 직장을 나온 뒤 대구 인근에서 식당과 비디오방 등을 차리기도 했지만 장사가 안 돼 몇 달을 못 넘기고 문을 닫아야 했다.
   
이윽고 지난해에는 중소 물류업체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영업 부진으로 넉 달 만에 다시 나와야 했다.
   
그 후로도 그는 취업을 위해 이곳 저곳 문을 두드려 봤으나 좀처럼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러다 보니 전에 없던 부부 싸움이 늘어나고 이윽고 최근들어 아내가 자주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10여년전 알뜰한 아내를 만나 아들, 딸 낳고 오순도순 꿈을 키워가던 30대 가장의 실직은 단란했던 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비극을 낳고 말았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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