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섭 방침을 놓고 두 번의 파행을 겪은 민주노총이 오는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또 다시 열 예정이죠.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올해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이 대회의 개최공고를 내면서 장소는 추후공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대회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달 22일 열기로 했던 임시대의원대회는 연기됐지만, 당시에도 대회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겪었죠. 지난달 1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가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지면서 대회장으로 사용할만한 곳들에서 장소를 빌려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제 지난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던 영등포구민회관쪽은 기물파손 등의 이유로 민주노총에 수백만원을 청구했다고 합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들이 수도권 거주자가 많은 점과 지방거주자들이 이용할 교통의 편리성 등을 감안해서 서울에서 장소를 섭외했지만, 결국 17일에야 수안보에서 대회를 열겠다고 추가로 공지한 바 있습니다.
-대회장소를 섭외하지 못할 당시 민주노총 사무처 간부들은 “실외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참관인을 포함해 보통 800여명 정도 참석하기 때문에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이 필요할 텐데 이번에는 대회장소가 어디로 잡힐지 궁금하네요.

노동운동으로 익힌 기술, 엉뚱한 데 써먹다
 
-여의도에서도 '임시'라는 말이 붙은 행사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죠. 다름 아닌 임시국회 얘긴데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지난 2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행정도시법을 직권상정 처리하는데 항의하면서 물통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였죠. 그런데 항의에 앞장 선 의원들의 면면이 좀 흥미롭네요. 이 날 온몸을 날려 법안 처리를 막으려던 의원들은 이재오, 김문수, 배일도, 박계동 의원 등인데요, 이들은 민중당 출신이거나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특이하죠.
-농성을 위해 법사위 회의장 문에 못질까지 하는 치밀함과 결연함을 보니, 마치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구속을 각오한 채 당사를 점거하고 시위하던 모습까지 떠오르더군요. 특히 김문수 의원이 ‘날치기’라면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보니 ‘신선’하기조차 했습니다. 96년 노동법 개악 때 김문수 의원이 맨 앞에서 반대 의원을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 ‘날치기’를 감행했거든요.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투쟁하다 익힌 ‘기술’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의 이 날 모습은, 행정도시법에 대한 찬반을 떠나 '씁쓸함' 그 자체였습니다. 

두 번 버림당한 코오롱 해고자들
 
-한편, 회사측의 구조조정 방침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코오롱 노동조합과 정리해고자들은 지난 주 결국 상경투쟁을 전개했죠. 회사가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고 하니 상경투쟁에 대한 심정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들은 "해고 사유를 알고 싶다"며 과천 코오롱 본사를 직접 찾았는데요, 하지만 경영진을 만나기도 전에 회사 직원 100여명이 입구를 겹겹이 에워싸 마찰을 빚었습니다. 노조 대표와 해고자들이 "해고 통지서만 받았다. 해고 사유를 알려달라"고 하자, 사원들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느냐"며 해고와 관련한 상황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더군요.
-지방에서 버림받은 것도 서러운데 본사에서조차 같은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코오롱 해고자들의 심정, 경영진은 알까요.

-금융노조가 새 위원장을 맞게 됐습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배출한 금융노조가 그 간의 파행을 끝내고 드디어 당선자를 확정지었다는군요. 하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이죠. 여러 장 겹쳐진 투표용지를 무효표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여부를 놓고 양 후보진영은 두 달 넘게 대립각을 세웠는데요, 밤낮으로 투표함을 지키기 위해 사설경비업체에 지불한 돈만 해도 천만원이 넘었을 것이라는 후문입니다.
-양 진영 선수들이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등 물리적 충돌 우려가 제기되면서 인근 경찰을 불렀다가 "경찰은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고, 개표 아르바이트생들로부터는 조폭취급을 당하기도 하는 등 수난의 연속이었죠.
-어쨌든 기나긴 파행을 끝내고 드디어 새출발의 계기를 마련했는데요, 그간의 갈등과 반목을 접고 금융노동자를 위한 진정한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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