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의 사퇴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참여정부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입각한 이 부총리는 국민은행 자문료 파동, 열린우리당 386의원들과의 갈등이라는 두 번의 파고는 무사히 넘겼지만 이번 파동은 예전과 수위가 달라 버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청와대로부터는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 부총리가 해명한 부분과 청와대가 국민과 언론에 협조를 당부한 두 가지 기본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 미묘한 파열음이 들리는 등 사퇴론은 오히려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경제활성화 유지 및 경제정책 일관성을 고려해 사퇴불가론을 펼쳤던 열린우리당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공세에 맞대응하면서도 트럭운전사 대출 의혹 등 추가 의혹이 불거지자 입장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 의장 경선에 출마한 문희상 의원이 지난 4일 "지금 나오는 것을 봐서는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언급, 사퇴가능성을 열었고, 염동연 의원 역시 같은 날 "대통령과 당에 부담되는 인사는 스스로 용단을 내리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들이 사퇴를 요구했고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 역시 이 부총리의 해명이 미흡하다며 추가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급변하자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제 분야 만큼은 이 부총리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했다는 내부평가가 있을 정도로 참여정부에서 이 부총리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컸다. 관계는 물론 금융계, 재계 등 곳곳에 이헌재 사단이 포진해 있어 이 부총리의 사퇴는 곧 경제판의 전격적인 물갈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경제가 좋아야 힘을 얻는 정치의 속성상 종합투자계획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의 총괄 지휘를 맡은 이 부총리가 경기회복 초입에 낙마할 경우 청와대 입장에서는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별다른 흠이 없으면서 동시에 관료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인력 풀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고민의 큰 부분이다.

그러나 성장-분배 논란의 방패막이 역할을 맡았던 이 부총리가 지금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고, 서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어 청와대의 선택 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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