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재선에 성공했다. 97%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에 상대 후보(전영일 언론노조 초대 수석부위원장)와 표차도 지난 2002년 불과 '4표'에서 '80표'로 벌어졌다. “지난 2년을 반성하고 앞으로 2년 동안 더 치열하게 싸우라는 조합원 동지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이번 선거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신학림 위원장을 3일 만났다.

- 3기 언론노조의 청사진을 소개한다면.
"언론노조는 노동운동과 언론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투쟁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정책은 관철하기 어렵고, 정책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투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지난 2년 동안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시간이 갈수록 개별 사업장, 직종과 직책, 서울과 지역, 신문과 방송, 출판과 인쇄,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대동단결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산별강화를 통해서만 생존권 확보와 언론개혁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통신재벌과의 한판 싸움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러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산별노조의 완성시점을 언제로 보는가. 또 이를 위한 전략은.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산별노조는 영원한 미완성으로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노력은 꾸준히 할 것이다. 언론노조는 우선 통일교섭의 토대 마련을 위해 일년 내내 흩어져 있는 교섭시기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단일화하는 작업부터 선행할 것이다."

-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참가 방침에 대한 입장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에 참가하려면 2가지 중대한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고 사용자쪽에서도 비정규직 해소에 적극 나서며 상응한 부담을 져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 마지막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해소를 위해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교섭에 참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언론자유에 대해서는 헌법이 규정한대로 철저히 보호하되, 사적 영역인 기업으로서의 신문사와, 시장 등에서 자행되는 탈세와 불법 행위는 철저히 법을 집행해야 하는데 이 두가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신문시장에 대한 대안은.
"지금의 위기는 신문사와 사주들의 정파적 태도에서 기인한 ‘신뢰’의 위기와 함께 삼성의 천문학적 지원을 받아온 중앙일보와 거대 족벌신문들이 주축이 되어 무가지와 경품을 무차별적으로 뿌려 신문시장을 '돈놓고 돈먹기식' 노름판으로 만들어 놓은 데 있다.
따라서 대안의 첫걸음은 신문시장의 정상화다. 올 4월 시행되는 ‘경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제 도입’과 올 1월1일에 제정된 신문법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신문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계속되는 인력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과잉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해고회피 노력 등 근로기준법 규정을 엄격히 지키는지 따지는 작업과 투쟁을 병행할 생각이다."

- 거대 통신업체들의 방송시장 진입을 반대하고 있는데 구체적 방안은.
"지상파 방송은 어떤 경우에도 무료로 국민들에게 제공되야 한다는 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위성DMB에 재전송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고 지상파DMB 역시 어떤 경우에도 유료화해서는 안 된다. IP-TV 역시 통신이 아닌 방송으로 규정해 방송법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 언론노조는 사업자가 아닌 국민과 시청자 편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지상파방송을 이용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것이다."

- 최문순 초대 언론노조 위원장이 MBC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최문순 MBC 사장의 취임은 단순한 방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와 개혁의 단초를 연 ‘혁명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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