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파행으로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금융산업노조가 새로운 선거관리위원회과 함께 조직 추스르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노조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하지만 노조가 겪고 있는 위기상황이 단지 선거관리 미숙에만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금융노조와 함께 '금융노조 조직진단 및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부소장으로부터 금융노조의 문제점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선거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점은 단지 기술적일 뿐이고 핵심적인 문제는 노조가 여전히 기업단위였던 과거의 관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부소장은 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노조가 IMF 등 외부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선명적인 투쟁을 했지만 내부적으로 금융노조 산하 지부들이 과거보다 얼만큼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주5일제 문제 등 이슈파이팅을 통해서 산별노조의 성과들을 이뤄냈지만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들어가보면 자기내용성들이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노조 내부에서도 이야기되고 있는 '무늬만 산별'이라는 평가다.
 
노 부소장은 "지금의 문제가 산별노조의 문제로 보이지만 기업단위 지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며 "운영방식도 연맹체계를 이름만 전환한 것이지 산별노조의 시스템이 조직 내부에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낮은 조합비 집중'과 '대규모 사업장 중심의 사업'을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노 부소장은 "조합비 집중률이 다른 산별노조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대규모 지부 중심으로 하다 보니까 오히려 중앙이 몇몇 큰 사업장의 눈치를 보고 자기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산별노조 차원의 지침이 없고 은행별로 대응하다 보니 명목상은 구조조정 반대지만 내용적으로는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 부소장은 또한 '조합원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노 부소장은 "조합이 건강하다면 선거 파행이 장기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부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졌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조합원들은 마치 정치권을 바라보듯이 한 발자욱 떨어져서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노조가 겪은 진통이 '재통합을 위한 성장통'으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3기 임원선거는 명목만 산별에서 제대로 된 산별로 가는 중요한 시기"라며 "단지 이번 선거의 문제를 기술적인 문제로만 파악한 채 노조 내부의 반성이 없으면 간부중심의 노동조합이라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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